친박·동교동계 '반기문 카드' 로 당내 경쟁세력 견제

중앙일보

입력 2014.11.06 01:09

업데이트 2014.11.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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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갑자기 튀어나온 ‘반기문 대망론’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개최한 ‘차기 대권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여권의 차기 대안으로 생각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게 발단이다. 이어 3일 동교동계 원로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의 측근이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게 타진했다”고 말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서로 다른 정파(친박·동교동계)에서 동시에 ‘반기문 대망론’이 제기되다 보니 “진짜로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급속히 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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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반 총장 지인들을 접촉해보면 ‘대망론’은 실체가 모호하다.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시절(2005년) 그의 특보였던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5일 “외교부 OB들이 여든 야든 다음 대선에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반 총장과 직접 관련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충북 출신으로 반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얼마 전 뉴욕에 가서 반 총장을 만났는데 확실히 현재까지는 국내 정치나 대통령에 대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며 “ 반 총장 주변에 대선 추진 그룹이 결성됐다면 나한테 연락이 왔을텐데 아무 얘기도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과 과거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얼마나 신중한 스타일인데 현 시기에 야당에 사람을 보내 대선 후보 가능성을 타진했겠느냐”며 “개인적으로 반 총장이 정치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정치권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반 총장을 백 리 천 리 더 도망가게 만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반기문 대망론’의 출처는 자파에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친박계와 동교동의 정파적 이해관계다. 실제로 친박계는 반기문 카드를 내세워 비박계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동교동계도 친노계를 견제하는 데 반기문 카드가 유효하다.

 ‘반기문 대망론’이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지지율이 강세를 보이는 요인으로 ▶높은 지명도와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 ▶여야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적 위치 ▶영호남의 견제를 덜 받는 충청권 출신 ▶정치권 네거티브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여야 절대 강자의 부재와 새 인물에 대한 열망 등을 꼽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R&R의 배종찬 본부장은 “과거 대선 주자 중 반 총장과 비슷한 유형으론 2007년 고건 전 총리나 2012년 안철수 후보를 꼽을 수 있는데, 고 전 총리는 지지층이 호남 지역에 편중됐고, 안 의원은 20~30대에 편중됐다”며 “반 총장은 특정 정파·지역·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지지기반이 골고루 퍼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대망론’은 고비마다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개헌론이 본격화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제)하에서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 카드로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될 수도 있다.

 반 총장과 친한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은 “어떤 상황이든 임기가 끝나는 2016년 말까지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손톱만큼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하지만 퇴임 후 반 총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인다면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반 총장은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과 자필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노 의원은 “반 총장의 모친을 모시고 남한산성 관람을 안내한 인연 때문에 반 총장이 손편지를 두 번 전달해 왔다”며 “반 총장이 개인적인 감사의 뜻을 전달했으며 세월호 정국을 잘 풀어달라는 덕담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정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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