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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광덕호두 생산량, 전국 지자체 중 4위로 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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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호두나무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98호 ‘광덕사 호두나무’. 천안시 광덕면의 광덕사에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안 광덕호두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다른 지자체가 호두 육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반해 천안시의 행정적 뒷받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생산·관리 노력도 부족하고, 명품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도 미흡하다.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봤다.

천안 광덕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두 주산지다. 다른 지역 호두에 비해 껍질이 얇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천안역을 시작으로 탄생한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도 유명하다. 하지만 호두나무 첫 재배지인 광덕호두가 다른 지자체의 적극적인 호두산업 육성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광덕호두의 가치 창출 노력이 부족한 탓에 ‘역사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천·영동·무주가 1~3위 차지

호두 재배에 전념하고 있는 지자체는 경북 김천시와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이다. 3도 경계 지역에 있는 이들 지자체는 호두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면서 생산량을 해마다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에 2000년대 1위를 달리던 천안은 2011년 59t, 2012년 59t, 2013년 100t으로 4위로 추락한 채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량 1~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 지자체는 2009년 삼도봉권역 협약을 계기로 호두 특화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천시는 호두연구소를 건립했고, 무주군은 청정 임산물 생산 체험단지를 조성했다. 영동군은 임산물 산지유통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기관인 지역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에 선정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품질에서도 광덕호두 못지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김천시 구성면 마산리 ‘우리호두’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13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호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해 김천호두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각종 품질 경연서도 부진

우리 밀과 천안 광덕호두로 만든 명품 호두과자

김천·영동·무주같이 다른 지자체가 호두를 특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호두의 본고장인 천안은 손을 놓고 있다. 2011년부터 호두 웰빙특구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한국농어촌공사의 다목적댐 건설에 발목이 잡힌 채 사업이 보류됐다. 천안시는 2011년부터 광덕면 지장리 일원 601만1000㎡에 호두 체험마을과 호두박물관, 호두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웰빙호두특구 조성을 추진해 왔다. 이 가운데 민간기업이 투자하는 호두테마파크는 사업 주체인 SK임업이 환경영향평가 수립을 마쳤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가 다목적댐 건설사업에 대해 농림부에 지구 지정을 건의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특구 조성 예정지가 댐 건설 지구에 편입돼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한광석 사업계획부장은 “광덕면 지장리 일대에 왕승지구 다목적 농업용수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지만 이후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고 사업비도 차질 없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마케팅 지원도 미흡

지난해 천안역 광장에서 열린 호두과자축제 모습.

광덕호두를 명품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미흡하다. 2006년부터 광덕면 천안호두생산자협회가 호두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주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축제로 전락했다.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상품 다양화를 위한 기획력이 부족해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는 코레일 천안역의 협조로 ‘천안명물 호두과자축제’도 열었지만 천안시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올해에는 중단됐다.

 이종민(55) 천안호두과자축제위원장은 “광덕면에서 열리는 호두축제의 경우 주민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축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기획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에서 예산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천안호두의 명성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봉회 천안역장은 “광덕호두와 천안역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된 호두과자를 알리기 위해 3년 전 호두과자축제를 기획했지만 시의 지원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 역시 예산을 받지 못해 축제가 중단돼 아쉽다”고 말했다.

 권동헌 백석대 관광학부 교수는 “광덕호두의 명성을 되찾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호두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품질 인증을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천안시의 적극적인 행정·재정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강태우 기자, 이은희 인턴기자 ,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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