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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곽노현처럼 장학사 선발 …‘코드 인사’재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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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민주시민교육’ ‘학교혁신’ 분야를 신설한 ‘곽노현식’ 교육전문직(장학사·장학관) 선발 방식을 부활시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혁신학교 출신 교사 등 진보 성향 인사를 발탁하기 위한 편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일 공지한 ‘2014년 중등 교육전문직 임용 후보자 추가선발 계획’에 따르면 임용 예정 인원은 19명이다. 논술·면접을 거쳐 국어·영어·수학 등 전공별로 1~2명씩 총 12명, 공통 분야에서 3명을 선발하는 외에 ‘민주시민교육’ ‘학교혁신’ 분야를 신설해 2명씩 4명을 선발하는 게 특징이다.

 ‘민주시민교육’ 분야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2011년 신설, 측근인 전교조 정책국장 출신 교사를 선발한 뒤 교육청 요직에 앉혀 논란이 됐다. ‘코드 인사’란 지적이 잇따르자 이듬해 해당 분야 선발은 폐지됐다. 문용린 전 교육감 시절엔 전공·공통·진학지도 분야에서만 전문직을 선발했다.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 교사는 “과목별로 전공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민주시민교육·학교혁신 분야는 무엇을 기준으로 뽑겠다는 건지 불투명하다”며 “이미 신설 분야에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공통’ 분야 지원자격을 ‘전공에 포함되지 않는 한문·제2외국어·교육학 등 과목 전공자’라고 구체적으로 공지한 이전과 달리 구체적인 과목을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한 뒷말도 나온다. 장학사를 지망하는 한 교사는 “공통 분야에서까지 장학사로서 전문성을 평가하기보다 조 교육감의 이념과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도로 비친다”고 말했다.

 매년 5월 한 차례 선발하던 전문직을 이번에 처음으로 추가 선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명예퇴직한 전문직이 많아 한 번 더 뽑는 것이다.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한 장학관은 “명예퇴직을 많이 했으면 해당 전공 분야에서 뽑아야지 왜 새로운 분야를 신설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 9월 7년 이상 경력을 갖춘 교사는 장학사(교감급) 경력이 없더라도 장학관(교장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현재 임용 규정을 1년 이상 교감·교장 경력이 있어야 하도록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전문직을 뽑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 자치에 대한 간섭이라며 교육부의 법 개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대규모 조직 개편을 앞두고 전교조 출신 교사를 전문직으로 선발해 요직에 앉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인천·충남 등 진보 교육감이 취임한 시·도 교육청은 앞서 지난 9월 정기인사에서 전교조 출신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발탁해 논란이 일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에 공모교장 출신 인사를 앉히고 전교조 출신 교사 2명을 장학관에 임명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은 4명,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명의 전교조 교사를 각각 장학관으로 임용해 논란이 됐다. 장학사를 준비하는 한 교사는 “전문직 선발 시험은 전공별로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달해 스터디그룹을 꾸려 준비하는 교사가 많다”며 “평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는 데 25년 이상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파격 승진시키는 인사 조치는 이념을 잣대로 일선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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