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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쎄씨' 20년으로 본 패션 변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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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쎄씨’ 창간호와 20주년 기념호. 중국판 ‘쎄씨’(왼쪽부터).

수지는 2014년 첫사랑의 표상이다. 각종 CF를 종횡무진 누비는 수지는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남심을 흔들고 있다.

 20년 전인 1994년, 첫사랑의 표상은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였다. 앞머리를 귀엽게 만 긴 생머리의 ‘다슬이’는 당시 20대들의 마음 속 첫사랑으로 아로새겨졌다.

 심은하에서 수지까지. 지난 20년간 스타일 아이콘들은 때론 청순하게, 때론 섹시하게, 때론 시크하게 한국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한때 배우가 스타일을 주도하기도 했고, 모델 출신 연예인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은 걸그룹 출신 연예인들의 전성시대였다. 몸매 되고, 얼굴 되는 걸그룹은 무대뿐 아니라 공항과 거리에서 패션 감각을 뽐내며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일을 제시했다.

 94년 창간된 국내 첫 20대 트렌드 잡지 ‘쎄씨’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쎄씨는 코리안 스타일의 범아시아적 유행에 맞춰 중국·태국에서도 발행돼 아시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20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유행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유행을 주도하는 스타일 아이콘 대부분이 쎄씨 표지모델을 거쳤다. 지난 20년간 쎄씨 표지와 기사를 통해 한국의 트렌드 20년을 돌아봤다.

1990년대는 배우 전성시대

왼쪽부터 심은하·고소영·김희선·김남주·황신혜·김혜수·핑클. 1990년대 트렌드를 이끈 건 여배우들이었다. 이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화장법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90년대 말 핑클이 등장해 ‘걸스 힙합’ 패션을 선보였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0년대는 배우들이 스타일 아이콘이던 시대였다. 심은하·고소영·김희선·김남주·김혜수·이영애·황신혜 등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93년 드라마 ‘엄마의 바다’에서 철없는 부잣집 딸로 등장했던 고소영은 ‘스타일’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인식시킨 배우였다. ‘고소영 스타일=부잣집 딸 스타일’로 통했다. 97년 영화 ‘비트’에서 그가 입었던 노란색 모피 코트는 엄마들만 입던 모피 코트를 20대의 아이템으로 등장시켜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심은하는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스타일의 대명사였다. ‘마지막 승부’의 긴 생머리를 거쳐 드라마 ‘M’(94년)과 영화 ‘본투킬’(96년)에서 선보인 세련된 단발머리 때문에 많은 여성이 덩달아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일명 ‘청담동 며느리 룩’을 완성한 이가 바로 심은하다. 드라마 ‘사랑한다면’(96년), ‘아름다운 그녀’(97년), ‘청춘의 덫’(99년) 등에서 선보인 고급스럽고 단아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영화 ‘인터뷰’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 블랙 피 코트(단추가 두 줄로 달린 짧은 코트), 회색 모직 머플러로 대표되는 미니멀한 패션을 선보였는데 이에 영감을 얻은 수많은 여성이 그해 겨울 내내 회색 머플러를 둘둘 말고 다녔다.

 심은하에 버금가는 우아한 스타일의 대표 주자로는 이영애를 꼽을 수 있다. 91년 마몽드 CF ‘산소 같은 여자’로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도 특급 CF모델로 사랑 받고 있다. 통통 튀는 성격의 김희선은 90년대 신세대의 아이콘이었다.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95년)에서 발랄한 막내딸 역할로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던 그는 드라마 ‘프로포즈’(97년)에서 일부만 빨갛게 염색한 머리를 선보였다. ‘브릿지’(일부 염색)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게 바로 김희선 이후다. 드라마 ‘토마토’(99년)에서 그가 입었던 9부 팬츠와 헤어밴드는 당대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김남주는 드라마 ‘도시남녀’(96년)와 ‘모델’(97년)을 통해 ‘차도녀’, 즉 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90년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은 김혜수였다.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99년)에서 선보인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 덕분에 당대 모든 여자의 입술이 도톰하고 섹시해졌다. 입술 바깥 쪽으로 라인을 그린 후 그 안에 짙은 갈색 립스틱을 촘촘하게 채워 바르는 입술 강조 화장법은 당대 여성들의 필살기였다. 볼륨 있는 몸매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패션은 그를 넘볼 수 없는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90년대 스타일 아이콘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황신혜다. 드라마 ‘애인’(96년)에서 사랑에 빠진 유부녀 역할을 했던 황신혜는 고급 정장과 명품 핸드백, 액세서리 등으로 럭셔리 패션을 선보였고 당시 여대 앞 좌판에선 ‘황신혜 핀’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90년대는 걸그룹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이기도 했다. 97년 SES, 98년 핑클이 데뷔했다. 특히 핑클이 선보인 ‘걸스 힙합’은 10대, 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 원래 발 사이즈보다 30~50㎜ 이상 큰 운동화와 야구모자 등은 걸스 힙합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머리를 높게 올려 묶어서 부풀리거나 앞머리를 볼 옆으로 살짝 내려 얼굴을 갸름해 보이게 하는 헤어스타일을 유행시켰다.

90년대 후반~2002년 모델 전성시대

왼쪽부터 전지현·배두나·신민아·김민희·김효진·이소라·변정수·한예슬·송혜교·김태희·한가인·김하늘. 배두나는 디지털세대의 표상, 신민아·김민희·김효진은 ‘모델 트로이카’로 불렸다. 송혜교·김태희·한가인은 현재 아시아 3대 미인으로 꼽힌다. 김하늘은 캐주얼 브랜드 모델 출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패션 잡지들의 론칭이 이어졌고, 패션·뷰티 브랜드 론칭이 줄을 이었다. 이와 함께 모델 선발대회, 길거리 캐스팅 등 모델 발굴이 붐을 이뤘다. 이때 발굴된 다양한 개성의 모델들이 잇따라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모델 출신 연예인이 대거 등장했다.

 전지현이 테크노댄스를 추는 CF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99년이었다. 2001년에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바른 모 브랜드의 립틴트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스타가 립스틱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가 시작됐다.

 98년 데뷔한 김민희·김효진·신민아는 모델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김민희는 팜파탈의 매력을 발휘했고, 아기 같은 얼굴(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신민아는 오늘날 ‘베이글녀’의 원조였다. 김효진은 쌍꺼풀 없는 크고 긴 눈에 날씬한 몸매로 도시적인(시크한) 모델의 대명사로 부각됐다. 모델 출신으로 각종 잡지·광고·뮤직비디오를 휩쓸었던 것은 이 3인방이 최초였다. 톱 모델이 톱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던 것도 이들이었다.

 광고나 잡지 모델이 아닌 현직 패션쇼 모델로 스타일 아이콘이 된 이들도 있었다. 모델 이소라는 98년 ‘슈퍼 모델 이소라의 슈퍼 다이어트 체조 비디오’를 출시해 33만 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몸짱 열풍이 처음 시작된 것도 이때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DKNY,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쇼에 섰던 당대 최고 모델 변정수도 스타일 아이콘이었다. 당시 연재했던 ‘변정수 따라 하기’는 최고의 인기 칼럼이었다. 한예슬은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했고, 2006년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 역할로 통통 튀는 패션을 선보이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김태희·한가인·한예슬 역시 CF 모델로 데뷔했다. 2000년 ‘화이트’ CF로 데뷔한 김태희는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지적인 미인의 대명사가 됐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 송혜교의 ‘민낯 화장’은 새로운 화장 트렌드를 만들었다.

모델 출신 연예인들이 활동이 활발했던 이 시기에 배우로 트렌드를 이끌었던 것은 송혜교였다. 송혜교 따라 하기는 당시 최대의 유행이었다. 실제 송혜교는 드라마에서 우는 신이 많아 색조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2003~2008년 첫 번째 걸그룹 전성시대

왼쪽부터 이효리·려원·윤은혜·서인영·김연아. 걸그룹 출신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트렌드 세터로 부상했다.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로는 드물게 스타일 아이콘이 된 경우다. 사진은 쎄씨 2008년 5월호 표지에 등장한 김연아.▷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3년 이후 ‘핑클’의 이효리, ‘샤크라’의 려원, ‘베이비복스’의 윤은혜 등 걸그룹 출신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타일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무대 위에서 군무를 추는 걸그룹의 일원일 때는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다 홀로서기를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은 ‘텐미닛’을 부르며 모든 남자를 10분 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선언한 이효리의 한 해였다. 그가 걸친 옷과 액세서리마다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려원과 윤은혜는 비슷한 시기에 배우로 전업하면서 뉴 패셔니스타로 등극했다. 2005년 5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온 려원은 긴 웨이브 머리, 히피 스타일의 패션 등으로 주목받았고, 윤은혜는 2009년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패션쇼에 등장할 만한 의상들을 일상에서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 특별한 아이콘이 등장했다. 바로 김연아다.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로서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른 경우다. 쌍꺼풀 없는 크고 긴 눈의 그는 미의 기준을 바꿔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짙은 아이라인과 스포츠웨어. 스니커즈를 유행 아이템으로 만든 데는 그의 공이 가장 크다.

2007~2013년 두 번째 걸그룹 전성시대

왼쪽부터 소녀시대·신세경·유이·수지·아이유·설리·현아·씨스타. 2007년 이후 대폭 늘어난 걸그룹들은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갔다. 신세경과 유이는 아기 같은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졌다는 뜻의 ‘베이글녀’로 불렸다.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떠올랐다. 씨스타는 건강한 섹시미로 인기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7년 이후 걸그룹이 쏟아졌다. 걸그룹들은 배우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CF까지 점령하며 전성시대를 열였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소녀시대, 매니어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2NE1, 건강하고 섹시한 씨스타, 패션을 아는 포미닛, 순수한 매력의 에이핑크, 패션 최전선에 선 F(x), 큐트 섹시라는 새로운 영역을 연 걸스데이까지. 이들은 행사장 패션, 공항 패션 등을 자주 선보이며 인터넷 검색 순위를 번갈아 채웠다.

소녀시대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대한민국 걸그룹의 역사는 소녀시대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소녀시대의 영향은 막강하다. 소녀시대는 앨범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 다.

 2011년에는 ‘베이비 페이스에 몸매는 글래머’라는 뜻의 ‘베이글녀’에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 주자는 신세경·신민아·유이 등이었다. 2012년부터는 스타들의 평상복이 키워드로 떠오르며, 공항 패션이 스타들의 스타일 지수를 측정하는 지표가 됐다. 소희·크리스탈 등이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왼쪽부터 전지현·박신혜·고준희. 박신혜는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다. 고준희는 ‘고준희 단발’을 유행시키며 차세대 패셔니스타로 발돋움 중이다.

2013년에는 하얀 피부에 발그레한 볼을 가진 ‘복숭아 빛 그녀’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대표 주자는 수지·아이유·설리. 뉴 섹시 아이콘으로 떠오른 현아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히트를 치며 트렌드 리더로 급부상했고, 씨스타는 건강미 넘치는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걸스데이 역시 혜리 애교, 민아 눈웃음 등 신조어를 만들어나가며 부상 중이다.

최근 몇년간 걸그룹 전성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는 다시 배우가 주목받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다. 걸그룹들이 점령했던 CF 주인공도 다시 배우로 바뀌기 시작했다. 상반기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하반기 ‘괜찮아 사랑이야’의 공효진이 그 주인공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상속자들’ 등의 영향으로 박신혜도 약진하고 있다. 투명한 피부, 성형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목구비,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그의 매력으로 꼽힌다.

김은정 쎄씨 편집장 ssingnei@joongang.co.kr

[S BOX] 아시아 사로잡은 최지우·이영애·송혜교·전지현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사로잡은 코리안 스타일 아이콘은 누구일까. 원조는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지우히메’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최지우다. 히메는 일본어로 공주라는 뜻. 일본 NHK에서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부터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크리스티앙 디오르 코스메틱의 아시아 모델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배우가 된 이영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영애는 루이비통, 구찌 등 글로별 명품 브랜드의 아시아 홍보대사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혜교는 2004년 드라마 ‘풀하우스’를 통해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아시아를 매혹시켰다. 아시아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얼굴로 꼽힐 만큼 미인의 전형으로 인정 받고 있다.

 소녀시대는 2009년 음반 ‘Gee’와 ‘소원을 말해봐’로 아시아를 사로잡은 소녀들이 됐다. ‘Gee’에서는 스키니진,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초미니 핫팬츠를 입었던 그들은 일본에서 다리가 가장 예쁜 걸그룹으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 아시아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10여 년 전 광고주들이 테크노댄스를 추는 전지현을 가리켜 ‘21세기 최고의 블루칩이 될 것’이라고 했던 예언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천송이 립스틱, 천송이 코트에서 치맥까지. 그녀가 입고, 바르고, 먹던 모든 것이 아시아의 메가 히트 상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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