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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화장품 바르는 도구 '애플리케이터'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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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화장품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고가 화장품 정말 효과 있을까요” “저렴한 화장품 사서 듬뿍 듬뿍 많이 쓰면 되는 것 아닌가요”. 비슷해 보이는데도 화장품 값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많은 소비자가 이런 의문을 품는다. 또 소비자 단체 등에선 “A 화장품보다 5배나 비싼 B 화장품이 ○○효과는 더 떨어져”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화장품값과 효과의 상관 관계에 대한 의구심은 더 증폭된다.

고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 소비자 단체의 지적은 논리적으로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다. 화장품 성분이 비슷하다면 가격과 관계없이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 주는 성분이 들어 있는 피부과용 연고와 미백 기능성 화장품을 비교해 보자. 유효 성분은 같은데 치료용 연고와 화장품은 성분 농도가 다르다. 화장품엔 고농도 성분을 넣지 못하게 돼 있다. 의사 처방이나 약사의 지도하에 바르는 연고와 달리 화장품은 누구나 매장에서 돈만 내면 사서 바를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다.

규제가 어떻든 간에 많은 화장품 소비자는 화장품 업체가 좋다고 주장하는 성분이 내 얼굴에 쏙쏙 스며들기를 원한다. 그래서 요즘 화장품 업체들은 화장품을 바르는 도구, 즉 ‘애플리케이터’ 개발에 열심이다.(본지 2월28일자 S11면) 화장품 성분을 두드려 흡수시키는 진동기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똑똑한 애플리케이터로 승부를 걸게 된 건 화장품 제조 기술의 평준화 때문이다. 쓸만한 재료를 구하고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게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그러다 보니 다른 화장품과 차별화해 더 비싼 값을 받으려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지구촌 곳곳의 오지를 돌며 찾아낸 진귀한 재료로 다음 승부를 걸었다. 이런 경쟁도 한계에 다다를 무렵 고가 화장품은 성분 입자를 줄여 흡수율을 높인 화장품을 냈다.

같은 성분을 쓴 저가 화장품과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이런 차별화에 소비자가 익숙해지자 나온 게 요즘 주목받는 신기한 애플리케이터들이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SK-II는 한 과학자가 특허를 낸 자석봉으로 바르는 화장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내놨다. 까다롭기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 소비자 눈에 들기 위한 애플리케이터 경쟁의 사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다. 쏟아지는 애플리케이터 화장품, 과연 보배가 될는지 지켜볼 일이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다음주 수요일(5일) 오후 6시3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꿀 피부의 신’ 편이다. MC 박지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가 꿀 피부 비법을 전해주는 살림 고수 3인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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