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황 잊은 인천 남동공단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2003.04.30 17:02

업데이트 2003.05.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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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소형 기어 제조업체 ㈜에스피지사에서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생산라인의 두배인 2천5백평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공사다.

"주문 물량이 많아 기존 생산라인으로는 소화하지 못합니다." 조석환 총무과장은 "올 9월 새 공장이 완공되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북핵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다 해서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지만 에스피지는 올 매출을 지난해(3백30억원)보다 30% 늘어난 4백26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수출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력은 전직원(2백10명)의 10%에 가까운 20여명이 지난 10여년 동안 고급 기어연구에 몰두해 세계 정상급이 됐다.

매년 5천가지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외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20~30% 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가전회사인 메이텍과 각종 부품 딜러인 PE사가 주요 고객이고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GE까지 에스피지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수출이 10% 이상 늘 전망이고 유럽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금속분말을 제조하는 ㈜창성은 올 매출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4백70억원으로 잡았다. 알루미늄과 코발트 등 비철금속 가루를 제조해 각종 부품을 만드는 원료로 팔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박승환 부장은 "남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특수 분야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수출물량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에 위치한 남동공단 입주업체들도 바쁘다. 국내 각종 경기지표가 최악에 가깝지만 2백90여만평에 입주한 3천8백80개 중소업체 대부분은 아직 불황을 모른다.

3월 말 현재 17개사를 제외한 3천8백80개사가 가동 중인데 평균가동률이 81%에 달해 1990년대 중반 호황기 때의 가동률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새로 입주를 계약한 업체가 48개사에 달해 입주를 해약한 업체(30개)보다 18개사 많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기업지원처 김용주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진 데다 계속된 기술 개발로 북핵과 사스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매출이 오히려 신장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3월 공단 생산액은 6천8백억원으로 전월 대비 0.5% 늘었다. 수출도 전월보다 0.3% 늘어난 1억1천7백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기계와 비금속 업종은 미주와 동남아지역 경기가 살아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와 18%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올 생산목표 8조7천억원 달성이 무난하리라는 게 경인지역본부의 예측이다. 3월 말 현재 고용이 6만2천명을 넘어 지난해 동기 대비 5.6% 늘었다.

그러다 보니 공단 입주업체들의 고민은 불황보다 주로 인력난 때문이다. 현재 공단 전체 생산현장 인력이 6천명 정도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인지역본부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1일부터 '외국인 근로자 문화탐방'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2회씩 실시되는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신청자들이 경복궁과 한국민속촌 등을 돌며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구성돼 있다.

기업지원처 안보광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늘려 한국 이미지를 제고하고 근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특히 사스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중국에 투자한 업체들은 걱정이 많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 현지법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PC 보조기억장치에 사용되는 모터인 스테핑모터를 생산하는 모아텍은 사스 발생 이후 광둥(廣東)성 선전(深) 생산공장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공장 내 사스환자가 없어 아직 공장 휴업이나 조업단축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다.

7년여 동안 끊임없이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한 덕에 삼성과 LG가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중국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회사로선 도약의 기회를 놓칠까봐 걱정이다.

특히 사스 발생 이후에도 대만 회사들의 주문이 늘면서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7백50억원 정도로 잡았다.

임종관 사장은 "현재 대만과 동남아 지역 수출은 불황이 아니어서 목표 초과 달성도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스 피해가 확산되고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대흥보빈은 올 초 중국 웨이하이(威海)지역 현지공장 수출물량이 늘어나 올 매출을 지난해보다 30%나 높은 1백4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3월 들어 사스 피해가 확산되면서 수출 실적이 지난해 동기보다 20% 가량 줄어들자 매출 목표를 낮출 계획이다.

중국 톈진(天津) 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기공예생산업체 한창공예도 사스로 인해 5월부터 대미 수출이 급격히 줄어 중국 정부가 사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인천=최형규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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