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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원대 챙긴 기획부동산 다단계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면 땅값이 10배로 뛴다.”

주부 및 노인을 속여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판매한 다단계 구조의 기획부동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고수익을 미끼로 땅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획부동산 다단계 판매조직 대표 권모(39)씨와 총무이사 이모(38)씨를 구속하고 공범 윤모(43ㆍ여)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권씨 등은 강원 강릉시 옥계면 소재 임야를 평당 8800원에 구입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주부와 노인 등 614명에게 평당 20만원에 판매해 총 68억여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강릉에서 평창겨울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면 땅값이 10배 이상 뛰는 황금알을 낳는 땅이다. 80만원을 투자하면 최대 9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피해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부동산은 진입로도 없는 급경사 돌산으로 애초에 개발이 불가능한 땅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권씨 일당은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땅을 분할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다단계 전문가’로 불리는 이모(52)씨와 김모(43ㆍ여)씨 등을 영입해 고문과 본부장 등을 맡겼다. 기획부동산과 피라미드식 다단계를 접목한 신종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이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사를 두고 부산ㆍ인천ㆍ안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 설명회를 열거나 직접 방문판매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이렇게 모은 회원들은 4단계 직급으로 나눠 관리했다. 최소 13㎡(4평)을 80만원에 사면 ‘사원’ 직급을 받고, 이후 사원 7명을 소개해 땅을 사게 하면 수당 7만원과 ‘대리’ 직급을 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자신이 모집한 사람이 승진할 때마다 수당이 지급되고, 자신의 직급도 ‘과장’, ‘부장’ 등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권씨 등이 홍보한 것처럼 수당 95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하위 투자자를 총 4095명 모집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당을 위한 투자자들의 욕심은 더 큰 화를 불렀다. 권씨 등은 “할부나 현금서비스를 받아도 수당이 나오면 충분히 갚을 수 있다”며 이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로 땅을 샀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피해자들도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 다단계는 후순위 투자금을 선수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므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며 “친인척과 지인까지 끌어들여 인간관계도 파괴하는 범죄인 만큼 고수익을 미끼로 회원 가입을 권하는 업체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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