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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언급한 오스트리아식 개헌 … 총리가 대통령보다 센 이원집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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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국 상하이 출장 중이던 16일 기자들 앞에서 툭 던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개헌 논란을 촉발시킨 것도 그렇지만 당장 정치권에선 “왜 하필 오스트리아일까”라는 궁금증이 나왔다.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外治)와 내정(內政)을 나눠 맡는 이원집정제(분권형 대통령제)를 택한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그런데 프랑스 대신 김 대표는 이원집정제를 거론하면서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한 오스트리아를 모델로 꼽았다.

 두 곳 모두 대통령을 직접 투표로 뽑는 이원집정제 국가지만 프랑스는 대통령(5년 중임)의 권한이 강하다. 대외적으로 프랑스를 대표할 뿐 아니라 각료 임명권과 법률 공포권, 법률안 재심의 요구권, 의회 해산권이 있다.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 게 관행이지만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대통령(6년 중임)은 조약 체결 등 대외적인 역할에 치중한다. 실제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은 상당하지만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역할 포기’ 모델이라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대신 하원 다수당의 대표인 총리가 법률안 제출권과 각료 임명제청권을 갖고 행정부를 총괄한다. 내각제에 더 가까운 모델이라는 평가다.

 한국에 오스트리아 모델을 적용하면 대통령보다 더 실권 있는 총리가 나오게 된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장면 내각의 제2공화국 이후 처음 있는 변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가 혹시 ‘반기문 대통령, 김무성 총리’의 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 39.7%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13.5%)과 문재인 의원(9.3%), 김 대표(4.9%) 모두를 합한 것보다 높았다. 반 총장이 대통령으로 상징성을 갖고 외교 문제 등에 주력하되, 내정은 다수당 대표인 김 대표가 총리가 돼 분담한다는 생각이 담긴 게 아니냐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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