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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가치인 균형·조화서 외교 갈등 실마리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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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에 25일 게재된 홍석현 회장의 기고문.

홍석현(사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이 25일 월드포스트와 미국 허핑턴포스트,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부처라면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불교의 ‘마음챙김’과 외교’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주미대사를 지낸 홍 회장은 이 글에서 오늘날 북한·시리아 등 외교적 갈등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 배경을 “경쟁을 핵심 원칙으로 상정한 서구의 외교 전통”에서 찾았다.

홍 회장은 “서구 외교사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나라는 승자독식의 투쟁으로 다른 나라를 이겨내야 했다”며 “그런 시각이 오늘날과 같은 전 지구적 공동체 시대에 적합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불교의 근본 가치인 균형과 조화에서 외교 갈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제안하며 불교가 “상호 연결된 세계의 외교적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관여(engagement) 전략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대북외교에 대해서도 이런 불교적 가치를 적용해 “북한의 핵무기 제거와 같은 한 가지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이고 균형 잡힌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불교의 ‘마음챙김(念·mindfulness)’과 ‘중도적 균형(balance)’을 들었다. “감정과 에고(ego) 없이 중립적이고 차분한 마음의 상태인 무심(無心)을 통해 상대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며 “조화의 추구를 목표로 삼으면 전에 상상도 못했던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주미대사 시절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량살상무기 장소 공격과 체제변화 등의 압박을 주장하는 미국인을 설득한 경험 등을 예로 들며 “마음챙김과 중도적 균형이 국제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윈윈(win-win) 가능성을 창출하고 극단의 선택을 피할 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논점으로 “세력 균형이 아닌 관점의 균형”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부당함 뒤에 있는 보다 큰 제도적·문화적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충동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또 바둑과 체스의 차이점을 들어 동서양 외교의 차이점을 짚었다. 상대방의 왕을 쓰러뜨리는(checkmate) 게 승리인 체스와는 달리 바둑에선 “완전한 지배를 가정하지 않으며 성공은 조화와 균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어 ‘균형’이 곧 강대국 간 세력 균형의 다른 말이었던 서구 외교 전통과는 달리 균형을 근본적 가치로 삼은 불교와 동양에선 힘이 아닌 관점의 균형과 함께 공존·공영을 중시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고문의 한국어 전문은 중앙일보(joongang.co.kr)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웹사이트(www.huffingtonpost.kr)에, 영어 원문은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와 월드포스트(www.theworldpost.com)에 게재됐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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