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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35국 에너지 장터서 한국 미래 기술 보여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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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전력은 요즘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12월 전남 나주로의 본사 이전을 앞두고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감정가의 세 배인 10조5500억원에 팔게 됐다. 지난해 6년만에 적자에서 벗어난 데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흑자가 기대된다.

한전은 여세를 몰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꼽은 에너지 신산업(▶전력 수요관리시장 ▶에너지관리 통합서비스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임대 ▶전기차 충전 ▶화력발전 온배수열 활용)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침 한전이 주최하는 2014년 아시아·태평양 전력산업 컨퍼런스(CEPSI 2014)가 27일 제주도에서 개막한다. 중국·일본·호주를 비롯한 아·태 지역 35개 회원국의 전력회사 최고경영자(CEO)·임원·엔지니어가 모여 전력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조환익(64) 한전 사장을 만나 아·태 전력산업 컨퍼런스 주최 의미와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27일 개막하는 아·태 전력 산업 컨퍼런스에 대해 “한국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전력]

 - 아·태 전력산업 컨퍼런스를 소개해달라.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에너지회의다. 스포츠로 말하면 아시안게임이라 할 수 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이번이 20번째다. 한국이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부터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를 통한 전력 효율화까지 다양한 미래 전력산업을 놓고 토론한다”

 - 이번 컨퍼런스 개최로 기대되는 효과는.

 “한국으로서는 블루오션(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컨퍼런스와 달리 이번에는 비즈니스 구매상담회를 만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전력 비즈니스 장이 열린거다. 아시아·태평양은 북미나 유럽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른 시장이다. 이번에 전력산업 리더 2000명이 참석한다. 이들을 상대로 한국의 미래 전력 기술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겠다.”

 - 어떤 기술을 주로 선보일지.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 기술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예로 들 수 있다.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에 파는 장치다. 앞으로 ESS의 기술 표준을 두고 전 세계 전력 관련 기업이 선점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비디오·반도체 모두 기술 표준을 먼저 차지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했다. 한전은 2017년까지 6250억원을 ESS 기술 구축과 보급에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 다른 현안도 궁금하다. 본사 매각 대금은 어디에 쓰나.

 “일단 부채를 줄일 생각이다. 원래대로라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 이번 매각 계약으로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부채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다음으로는 배당과 투자, 전력수급 안정에 투입하려 한다. 대주주인 정부와 협의해 사용처와 우선 순위를 정하겠다.”

 - 12월에 본사가 전남 나주로 간다. 나주 시대를 여는 포부는.

 “에너지 기업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빛가람(나주혁신도시 이름) 에너지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한전뿐만 아니라 한전KDN·전력거래소와 같은 에너지 정보통신(IT) 공기업이 내려온다. 100여개의 협력 업체들도 함께 온다. 이를 기반으로 점점 규모를 키우면 직원들의 자부심이 커지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일본의 도요타타운처럼 발전하면 좋겠다.”

 - 임기(내년 12월)가 1년 조금 더 남았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친환경 미래 자동차인 전기차가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미국에서는 벌써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지 않나. 한국은 자동차 생산시설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만 형성되면 시장이 빨리 성장할 수 있다. 한전과 같은 공기업이 장기 투자를 해서 보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

- 해외사업이 잘 되고 있다. 올해 진행중인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올해 10월 현재 20개국에서 화력·원자력·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37개의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해외 발전사업 총 누적 순이익이 1조3000억원이다. 해외 사업은 경제 성장 효과가 크다. 한전이 수주하면 국내 건설업체와 정책금융기관이 동반 진출하고, 이는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이 잘 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의 라빅 발전소(1204㎿)도 준공했다. 앞으로 멕시코 시장 진출도 기대할 만하다.”

 - 지난달 6년만에 밀양송전탑의 조립이 끝났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준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많은 교훈이 있었다. 결국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돌파구는 진심어린 대화와 소통이었다. 40여차례에 걸쳐 직접 밀양을 방문해 반대 주민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13개 밀양 특별지원안과 송전주변법을 통과시켜 주민 보상도 했다. 송전탑 건립이 늦어져 전력난을 겪으면서 에너지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지난 과정이 앞으로의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태경 기자

◆에너지 신산업=에너지 자원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산업이다. 전력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목표다. 전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달 문을 여는 전력수요관리시장이 대표적이다. 전력 피크타임 때 가정에서 아낀 전기를 한전에 되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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