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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K뷰티 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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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모레퍼시픽이 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1300억원을 들여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준공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020년까지 ‘원대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홍콩의 야경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지난 20일 오후 7시. 하버시티의 레인 크로퍼드 백화점 1층 설화수 매장에서는 홍콩과 중국인 여성 10여 명이 쇼핑에 한창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제품명을 확인하는가 하면 화장품을 앞뒤로 돌려보며 꼼꼼히 살펴보는 여성도 있었다. 이 매장 직원 소니아 최(25)는 “아는 사람이 추천한 제품을 사러 오는 고객이 많다. 한 번에 4000~5000홍콩달러(약 54만~68만원)를 쓰고 가는 통 큰 손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는 이 매장의 월매출은 7억4000만원, 레인 크로퍼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중 매출 기준 3위 안에 꼽힌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가장 번화한 화이하이루(淮海路). 이곳에 위치한 팍슨 백화점 1층의 한가운데 매장은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차지하고 있다. 라네즈는 이 백화점에 처음 입점한 2002년 당시만 하더라도 2층 에스컬레이터에 가려지는 후미진 구석을 배정받았다. 글로벌 명품 화장품 사이에서 무명의 한국 브랜드가 겪어야 했던 설움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련된 디자인과 독특한 제품 콘셉트에 끌린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입점 6개월 만에 1층의 골든존(한가운데)에 당당히 입성했다. 중국 라네즈 홍보 담당 허원이는 “상하이에서 라네즈는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최고 인기 브랜드”라며 “요즘은 한류까지 합쳐져 ‘K뷰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기수로 자리 잡았다. 2011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매년 700억원 이상씩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33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 중 5%에 불과하던 중국 비중도 올해는 10% 선까지 훌쩍 뛰었다. 중국이 ‘전도 유망한 신규 시장’에서 드디어 ‘황금알을 낳는 주요 시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의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국내 증시에서도 ‘황제주’에 등극했다. 연초 100만원 선에서 출발한 주가가 잇따라 신고가를 갈아치우더니 현재는 243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상위 20개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중국 시장을 단계별로 신중하게 공략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 선양(瀋陽)에 공장을 세우며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10년간은 동북 3성 지역만 파고들었다. 마몽드·아모레 두 제품만 판매하며 10년간 중국 시장을 연구했다. 그 뒤 패션과 소비의 중심으로 꼽히는 상하이와 홍콩에 진출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도시가 아무리 성장해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라네즈라는 한 개 브랜드에만 역량을 집중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또 중국 내 의과대학과 협력해 중국 여성들의 피부 타입에 맞는 현지화한 제품을 내놨다. 그 결과 라네즈는 상하이 대부분의 백화점이 입점해 달라며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자딩(嘉定)구 마루(馬陸)진에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준공했다. 순항 중인 중국시장에서 돛을 하나 추가한 것이다. 축구장 12배 규모(9만2787㎡)의 땅에 13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상하이 뷰티사업장은 기존 공장보다 10배의 생산력을 갖췄다. 연간 1만3000t, 1억 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화장품의 연구·생산·물류 시설을 모두 갖춰 앞으로 중국 사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상하이 뷰티사업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서경배(52)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을 회사의 장기 비전으로 내세웠다. 2020년까지 매출 12조원, 이익률 15%, 글로벌 사업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서 회장은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은 2020년까지 ‘원대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해외사업에 여러 개의 기둥을 만드는 중인데 그 첫 번째가 중국”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올해는 인도시장 진출에 첫발을 디뎠고 북미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남미 국가와 같은 훌륭한 시장도 하나하나 기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콩·상하이=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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