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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HIV 감염 늘어 … 에이즈 예방 위한 성교육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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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교수는 대한에이즈학회를 비롯해 병원감염관리학회·화학요법학회 등에서 주요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김상일 교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질병 자체보다 주위의 시선에 상처를 받는다. 에이즈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에는 에이즈 환자와 대화하거나 손만 잡아도 감염된다고 여겼다. 에이즈는 인체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병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세균·기생충·곰팡이 등도 이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의과학이 발달하면서 발병 원인이 밝혀지고 치료제가 개발됐다. 2010년에는 완치 사례도 나왔다.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하는 만성병이 된 것이다. 매년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김상일 교수를 만나 에이즈 치료와 급증하는 청소년 HIV 감염 관리에 대해 들었다.

-에이즈와 HIV 감염은 어떻게 다른가.

 “HIV에 감염됐다고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인체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천적으로 면역 기능이 부족해진 상태가 에이즈다. 이들은 면역체계가 손상돼 일반인보다 폐렴·결핵·감염병·암 등에 약하다. HIV 감염 치료가 빠를수록 에이즈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미국 NBA 농구스타 매직 존슨은 1991년 HIV 감염 사실을 알게 된 이후 20년 이상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 청소년의 HIV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004년 10대 HIV 신규 감염인은 12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3명으로 4.5배 늘었다. 연령별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10대 누적 HIV 감염인 수는 200명을 훌쩍 넘겼다. HIV는 주로 성 접촉을 통해 퍼진다. 성 접촉 연령이 낮아지면서 우리나라 청소년은 평균 12.8세에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에이즈나 HIV 감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준비 없이 HIV에 노출될 수 있다. 성관계를 했다고 모두 HIV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한 번만으로도 감염된 사례가 있다. 가정·학교·정부 차원에서 콘돔 사용 같은 올바른 성교육이 시급하다. 콘돔을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HIV 감염 위험이 6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청소년 HIV 감염이 위험한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져 치료가 힘든 상태로 악화할 때까지 방치할 수 있어서다. 청소년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성인과 달리 의료검진을 받을 기회도 적다. 자신이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에서도 실제 청소년 HIV 감염률은 더 높을 것이다. 감염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 한 차례 감기몸살처럼 앓은 후 8~10년간 잠복기를 갖는다. 이후부터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HIV에 감염된 이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10년 정도 지나면 HIV 감염인 50%는 에이즈로 진행한다. HIV 감염은 치료가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HIV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켜 쉽게 변이된다. 초기부터 바이러스 증식과 돌연변이를 최대한 억제해 에이즈 진행을 늦출 수 있다.”

 -HIV 감염을 막으려면.

 “아직까지 HIV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HIV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HIV는 주로 성 접촉(정액·질 분비물)·혈액을 통해 퍼진다. 혈액이 묻기 쉬운 칫솔·면도기·귀걸이 등은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악수나 포옹·키스 같은 신체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땀·침·눈물·배설물 등에는 HIV를 감염시킬 만큼 바이러스가 충분하지 않다. HIV는 생존력이 약해 인체를 벗어나면 바로 파괴된다. 또 몸속에서만 생존·증식하고 사람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혈액 접촉이나 성관계를 하지 않는 한 감염되지 않는다.”

 -에이즈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수치를 일정 상태로 유지·관리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HIV 감염 즉시 치료하면 면역기능을 유지하면서 질병 확산도 막을 수 있다.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좋은 약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관리하는 병’으로 바뀌었다.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면역 상태를 점검한다. 우리나라는 에이즈 감염자의 익명 검사를 보장하고,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면서 에이즈 치료를 돕는다. HIV 감염자의 평균 여명은 같은 나이의 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나쁘지 않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사회적으로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HIV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동성연애만으로 에이즈에 걸리진 않는다. 또 HIV 감염자는 해외여행을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관광이나 단순방문 목적이라면 제한이 없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환자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환자는 설 자리를 잃는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글=권선미 기자 ,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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