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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환생' 만화·영화→게임, 게임→만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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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 연예정보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한 소식 하나. 할리우드 스타들의 목소리가 금값이다. 예컨대 애니메이션 '슈렉2'에 목소리를 빌려준 마이크 마이어스.캐머런 디아즈.에디 머피는 각각 1000만 달러(약 100억원)를 받았다. 여기엔 게임으로 출시된 '슈렉2'의 '목소리 품삯'도 포함됐다. 영화와 게임이 하나로 융합된 세상에서 빚어진 일이다.영화와 게임은 이제 한 가족이다. 게임의 주인공이 만화.영화에서 부활하고, 반대로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게임 속으로 뛰어든다. 장르에 상관없이 흥행에 성공한 콘텐트는 언제든지 '배'를 갈아탈 태세다. 소위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바람이 디지털의 날개를 타고 쾌속 순항하고 있다.

◆ 만화.영화→게임으로=게임이 대중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만화나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예외없이 게임으로 환생한다. 진원지는 할리우드다. '반지의 제왕''스타워즈''007 시리즈'등 흥행 영화 뒤에는 반드시 게임이 뒤따른다. 넥슨의 윤대근 팀장은 "게임 제작 여부가 영화의 흥행 척도로 떠오른 시대"라고 말한다. 1977년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 지난달 개봉한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로 완결됐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98년부터 현재까지 영화의 다섯 배에 가까운 27편이 제작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스타워즈'를 게임으로 개발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100만 권 이상 팔린 만화는 반드시 게임으로 이어진다는 속설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최고 히트작인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리니지'는 인기만화가 신일숙씨의 동명 만화를 원작 그대로 옮겼다. 온라인게임의 원조인 '바람의 나라', 20여개 국에서 서비스 중인 '라그나로크', 엽기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 '드래곤 볼'도 만화가 모태다.

◆ 게임→만화.영화로=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NHN의 온라인게임인 '아크로드'는 프랑스 만화출판사인 치베데에서 단행본으로 출시될 예정. 중세 시대 가상 대륙에서 절대군주가 되기 위한 영웅들의 모험담을 그린 게임 스토리가 만화로 번역돼 수출된다.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 '메이플 스토리'도 만화책에서 성가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8권까지 나온 현재 총 168만 부가 판매됐다.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도 소년 만화잡지 '찬스'에 1월부터 연재 중이다. 만화가 서영웅씨가 그리고 있는 만화를 두고 게이머와 만화를 통해 처음 접한 독자 간에 캐릭터의 사실성을 둘러싼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게임을 망쳤다"는 게이머 주장에 만화 독자들은 "만화를 모른다"며 맞섰다. 만화에서 출발한 라그나로크는 게임으로 제작됐다가,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빚어졌다. 동시 접속자가 10만 명인 게임은 시청률 6~8%의 드라마와 비슷한 영향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영화의 틀이 바뀐다=국내 온라인게임의 1인자로 통하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온라인게임은 관객이 직접 스크린에 들어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며, 이것이 차세대 영화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이름의 머리글자 N과 C도 차세대영화(Next Cinema)에서 따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게임을 찾고, 게이머들은 게임을 영화로 보기 때문에 '게임 같은 영화''영화 같은 게임'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출시된 '카트라이더'에는 카툰렌더링이란 기법이 적용됐다. 3차원 화면을 의도적으로 2차원 만화 같은 느낌이 나도록 변형했다. 결과는 대성공. '카트라이더'는 10대는 물론 여대생.직장인을 끌어들이며 PC방 게임 순위에서 1위를 질주 중이다. 게임회사 넥슨이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직접 만화를 그릴 수 있게 한 '만만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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