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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1조 매출, 실제론 300억 … 제품도 중국산 가져와 조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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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매출 1조원 강소 수출기업’으로 주목받다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의 매출 중 90% 이상이 장부상으로 조작된 허위 매출이라는 의혹이 이 회사 전직 직원을 통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뉴엘 전 직원 A씨는 23일 본지 기자와 만나 “2013년 연매출을 1조2737억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론 300억원도 안 된다”며 “미국법인과 홍콩 사무소에서 허위 매출 자료를 꾸미는 수법으로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핵심 경영진이 불·탈법적인 의도로 부정 대출을 받았다”며 “모뉴엘이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은 국내에서 이중과세를 하지 않는 세법조항을 악용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모뉴엘의 여신 규모는 시중은행(5900억원), 저축은행 등(200억원)을 합쳐 6100억원대에 달한다. 모뉴엘의 매출 조작을 통한 불법 대출이 확인될 경우 금융권은 물론 보증을 해준 한국무역보험공사도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미국 시민권자인 박홍석(영어이름 헤롤드 박) 회장과 동생 박민석 부사장(캐나다 국적), 산업디자이너 출신인 원덕연 부사장이 경영을 맡은 종합 가전업체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품은 PC와 로봇청소기로 매출이 1000억원을 밑돌던 2008년(793억원) 이후 5년 만에 1조2737억원(2013년 기준)으로 무려 17배나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해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유명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20회가 넘는 혁신상을 받고 유명 배우를 광고에 등장시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A씨는 “자체 개발한 건 없고 모두 중국산을 시흥 공장에서 조립했는데 로봇청소기만 해도 삼성·LG전자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현저히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관세청은 박홍석 회장 등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채권 은행들에 검사역을 보내 서류 허위 작성과 대출 부실심사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분식회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수출액을 부풀려 관련 서류를 조작한 뒤 금융사에 수출채권을 제출하고 할인 판매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핵심 경영진은 자취를 감췄다. 박민석 부사장은 지난 8월 캐나다로 거처를 옮겼으며 원덕연 부사장도 행방이 묘연하다. 박홍석 회장은 최근 한 달 새 신변을 정리해 미국으로 갔다고 알려졌지만 23일 지인들 사이에선 “제주도에 체류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소아·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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