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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공룡 미스터리' 한국이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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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낫 같은 발톱이 달린 2.4m 크기의 공룡 앞발 화석이 발견됐다. 학계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거대한 육식 공룡을 찾아낸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술렁였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몸길이 12m에 앞발이 약 1m 정도다. 하지만 화석은 앞발이 전부였다. 몸의 다른 부분 뼈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데이노케이루스(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 그리스어로 ‘독특하고 무서운 손’이란 뜻)로 명명된 공룡의 정체는 미스터리가 됐다. SF영화 '고질라' 속 괴물처럼 빌딩보다 몸집이 크다는 둥, 날아다니는 익룡을 잡아먹고 살았다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50년간 이어져온 이런 미스터리의 베일을 국내 연구진이 벗겼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지질박물관장 연구팀은 2006년과 2009년 고비사막에서 발굴한 화석을 바탕으로 데이노케이루스의 완벽한 골격을 복원했다고 22일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서다. 연구원은 "한국 학자가 연구를 주도한 고생물학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데이노케이루스는 예상과 달리 몸집이 그리 크지 않았다. 키 11m에 몸무게 약 6.4t으로 티라노사우르스와 엇비슷했다. 작은 머리와 긴 목 등 타조공룡류의 특징과 넓적한 부리 같은 오리주둥이공룡류의 특징을 같이 갖고 있었다. 등과 허리에는 낙타처럼 신경배돌기가 불쑥 솟아있다. 발톱이 길지만 그 끝은 날카롭지 않고 뭉툭했다. 배 부위에서는 물고기 화석과 1400여개의 위석(胃石, 초식공룡 질긴 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삼킨 돌)이 동시에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데이노케이루스가 타조공룡류에 속하는 잡식성 공룡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용남 관장은 “거대한 앞발과 발톱은 물가에 자라는 식물을 파 모으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 과정은 험난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화석은 도굴돼 머리뼈와 발뼈가 잘린 상태였다. 유럽의 한 컬렉터가 이 뼈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연구팀은 그를 설득해 올해 5월 몽골에 반환하도록 했다. 덕분에 데이노케이루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탐사는 경기도 화성시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진행됐다. 화성시에는 천연기념물 제 414호 지정된 공룡알 화석지가 있다. 시는 공룡화석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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