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미국인 미 군용기에 태워보낸 북한…"대미 대화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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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미국인 3명을 놓고 미국에 최고위급 특사 방북을 요구했던 북한이 이 중 1명을 갑작스럽게 석방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제프리 파울(56)이 북한에 억류된 지 6개월 만에 석방돼 고국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파울이 북한을 떠나 가족에게로 돌아오게 됐다”며 “북한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도 “석방은 긍정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파울을 데리고 나갈 항공편을 미국이 마련토록 요구했고, 미 국방부가 미 군용기를 평양 순안공항으로 보내 파울을 태워 괌으로 데리고 나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남은 미국인 억류자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밀러(24)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파울은 지난 4월 방북했다가 성경책을 청진의 호텔 방에 놔둔 혐의로 5월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국무부는 파울의 석방 과정에서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역할을 했다며 감사를 표명했다.

파울은 과거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가 풀려났던 전례와 달리 특사 방북 없이 갑자기 석방됐다. 2010년 억류됐던 아이잘론 곰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데리고 나왔고, 2009년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뒤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이 풀려났다. 이번에도 북한은 전직 대통령급 특사의 방북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파울 석방과 관련해 국무부나 백악관 인사가 방북해 협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풀어준다고 알려와 데리고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문에 북한이 북ㆍ미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북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뉴욕타임스에 “분명히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며 “특사 없이 석방한 것은 냉냉한 북ㆍ미 관계에서 약간의 온기를 보내는 신호”라고 밝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석방은 그간 북한의 뻣뻣했던 태도에 비하면 놀랄만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을 기존의 ‘노스 코리아’(North Korea)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자인 ‘DPRK’로 지칭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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