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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가질 아무런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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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 장관과 4시간50분간 면담과 오찬을 같이했다. [북한 제공]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핵 문제가 해결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국제적 사찰을 수용해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며 "조선(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이 우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뜻이 확고하다면 7월 중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며 회담 복귀 의사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근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6자회담을 한 번도 포기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다"며 "미국이 우리를 업수이 보기 때문에 맞서보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유효하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자회담의 구체적인 복귀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부시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며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과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적절한 때가 되면 이뤄질 것"이라며 "다음주 서울에서 열릴 15차 북남 상급(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겠지만 장성급 군사회담을 재개해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8.15 광복 60주년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고 화상 상봉을 시범 실시하자는 정 장관의 제안을 즉석에서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재 서해상을 돌아가는 서울~평양 간 직항로의 단축 문제도 "평양~서울 간 육로 상공을 지나는 직선 항공로를 신청하자"고 했다. 또 8월 15일 서울에서 열릴 남북 공동행사에 비중 있는 북한의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과 오찬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4시간50분에 걸쳐 이뤄졌다. 특히 2시간30분의 단독면담에서는 1시간30분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북한의 핵 포기시 다자안전보장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김 위원장은 "일리 있다. 앞으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북핵 포기시 제공될 대규모 지원을 비롯한 남측의 '중대 제안'방안에는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6.15 공동선언 정신에 따른 남북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강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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