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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위아자 나눔장터] "가보로 물려줄 것" … 박 대통령 분청사기 700만원에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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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박 대통령이 기증한 분청사기.

“팬이라서 꼭 사고 싶다고 아빠를 졸랐어요. 정말 기뻐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타쿠야의 사인 가방을 든 이예진(13)양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타쿠야의 가방은 경매가 1만원으로 시작했지만 금세 4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고, 결국 소녀팬 예진양의 품에 안기게 됐다. 아버지 이경민(45)씨는 “20만원에서 멈출 줄 알았는데, 딸이 계속 손을 들었다. 그래도 딸이 기뻐하고, 좋은 일에도 동참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이씨 부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아자 나눔장터 명사 기증품 경매의 첫 번째 낙찰자로 이름을 올렸다.

위아자 나눔장터의 꽃, 명사 기증품 경매 열기는 올해도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박근혜 대통령이 기증한 분청사기였다. 물건이 등장하자마자 몇몇 참여자들이 눈을 반짝였다. 50만원으로 시작된 경매가는 금세 몇 배로 뛰었다. 젊은 남성과 중년 남성이 끝까지 각축을 벌였다. 결국 700만원에 물건을 낙찰받은 장일영(51)씨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장씨는 “대통령이 쓰던 물건도 구입하고, 동시에 기부에도 참여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집안의 가보로 두고 대대로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낙찰가 700만원은 이날 최고가 기록이다.

다른 명사 기증품도 새 주인을 찾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말그림 액자는 16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인 변호사 박소영(34·여)씨는 “평소 법조인으로서 박 소장을 존경해 꼭 구매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왔다”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도자기도 140만원의 고가에 낙찰됐다. 도자기를 구매한 심우천(60)씨는 “가격을 떠나서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해서 기꺼이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염수정 추기경이 기증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념 메달과 우표가 140만원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기증한 서예작품이 3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기원에서 기증한 바둑판은 250만원에 판매됐다. 김승현 전 농구 국가대표 선수는 직접 무대에 올라 사인 농구공을 판매했다.

경매에 나오지 않은 물건들은 특별판매코너에서 판매됐다. 판매 시작 30분 전에 이미 50m 넘게 줄이 늘어섰고 행사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사 기증품 특별판매를 담당한 위스타트 전나리 과장은 “일찍부터 연예인 기증품을 사려는 팬들이 몰려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물건이 팔렸다”고 밝혔다.

 10회를 맞은 위아자의 ‘단골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매년 행사에 참가했다는 윤용관(30)씨는 “위아자 나눔장터 덕에 명사들의 물건을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됐고, 올해도 문정희 시인의 액자를 좋은 가격에 구매했다”며 웃어 보였다. 또 손연재 선수의 트레이닝복 세트를 60만원에 산 김대진(49)씨도 “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첫 회부터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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