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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양 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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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부터 도덕과 학문·벼슬은 명분이 갖추어야 할 기본요건이라 했다.
여기에 권세까지 곁들였을 매 명문벌족이라 칭한다.
풍양 조씨는 안간 김씨 일문과 한치의 양보 없는 세도정치의 쌍벽을 이루며 이조5백년 사직에 명암을 드리웠던 명문벌족.
시조 맹은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후삼국을 통일, 벼슬이 문하시중평장사에 이르렀던 당대의 지장이다.
맹의 원이름은 바우(암). 풍양현(현 남양주 군진건면·진접면일대)에서 태어나 농사를 지으며 천마산 기슭바위 동굴에 은둔해 살았던 도인이었다.
당시 신라를 정벌하던 왕건은 영해지방 전투에서 신라군에 참패를 당한다. 『신라를 정벌하고 고려개국의 왕업을 이용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왕건이 휘하 장군들을 모아놓고 중지를 모았을 때 한결 같은 대답은 풍양현에 숨어사는 「바우도인」의 지략을 빌리는 것이라 했다.
이에 왕건은 군마를 이끌고 친히「바우도인」을 찾으니 당시 공의 나이 7O이었다.
이때부터 신라정벌의 길에 올라 뛰어난 지략과 용맹으로 고려통일의 위업을 이루니 태조왕건은 그에게「맹」의 이름과 조씨성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남양주 군진건면 송릉2리 천마산 기슭에 뚫린 높이3m폭3·5m의 동굴은 조씨문 중의 성역이며 고려 태조가 한 도인을 첫 상면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시조 할아버지는 한날 시골의 농군이 아니라 자신을 감추고 은둔했던 성인이었지요.』
풍양조씨 세록번역자 조남권씨는 시조 맹이 지녔던 겸양의 미덕, 대를 기다리는 인내와 끈기, 과함이 없는 중용의 정신이 1전년 문중에 흐르고 있다고 한다.

<역신은 없었다>
이와 같은 겸양과 인내와 중용의 문중미덕 때문에 그 서슬 푸르렀던 당쟁의 소용돌이에서도 큰 사화를 겪지 않고 부귀와 권세를 누릴 수 있었다고 후손들은 말한다.
『역적과 충신은 시대상황이나 결과에 따라 손등이나 손바닥 같은 차이라 생각되지만 문중역사에 3족이 멸하는 역신은 한사람도 없었읍니다.』
조씨는 이 또한 문중의 복이라고 한다.
풍양조씨 가문이 세도의 기반을 이룬 것은 이조 숙종 이후. 상신 7명, 대제학 4명, 공신 7명, 장신 7명을 냈다.
영조 때 병조판서를 4차례, 이조판서를 다섯 차례씩 지냈던 조상경(경헌공)의 둘째아들 엄(문익공)은 우리 나라에 맨 처음 감자를 들여오고 고구마 재배법 및 저장법을 도입했던 인물.
그는 일본통신사로 파견되었다가 귀국 길에 대마도에 들러 감자씨를 물래 숨겨 들어와 우리 나라에 전래했고 일본에서 익힌 고구마저장 및 재배법으로 간래와 제주도 등에서 시험재배를하여 성공시키기도 했다.
「조고집」으로 불릴 만큼 성품이 강직했던 그는 정조 때 공조·이조판서에까지 벼슬이 오르나 권신 홍국영에게 몰려 김해로 귀향, 그곳에서 멸했다. 풍양조씨 세도의 핵심인물인 조만영·인영형제는 그의 손자.
현존인물 중엔 조정구(삼부토건 회장) 조권순(유한양행사장)씨 등이 재계에 우푹선 문중인맥.
조정구씨는 일제하인 33년 고향부여에서 단신 상경, 경성공업건축과를 졸업하고 굴지의 건설회사인 삼부토건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

<재상만 7명 배출>
조영구씨 (전 경방사장)는 지난 40년 경성방직에 평사원으로 입사, 30년만에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끈기와 집념의 경영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조경희(법부·영남대학총장), 조동수(의박·전 연세대부총장·72년 대한의학협회장), 조동필(경부·고려대교수), 조중구(농박·동경대교수), 조현하(전 충북대학장) 등 제씨들이 활약하고 있다.
조남사씨(극작가), 조풍연씨(수필가)등은 문화·예술계의 인사들. 조남사씨는 한국에 TV가 상륙한 이래 『셋방살이』, 『맏며느리』 등의 드라머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올려줬던 원로 극작가.
조풍연씨는 지난 38년 매일신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한국일보 편집부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명상하는 서민』 『여생의 멋』등 많은 수필집을 남겼다.
천재기사 조흡훈(일본기원 명인·본인방)은 최근 들어 풍양조씨 가문이 낳은 가장 자랑스러운 인물.
그는 62년 봄 형 조상연(바둑기사 일본기원 4단)과 함께 6세의 어린 나이로 도일, 지난 80년 일본바둑계의 거성들을 물리치고 「명인」 과 「본인방」의 양대 타이틀을 쟁취한 신화적인 존재다.
『조명인의 기풍을 보면 우리들 풍양조씨들의 혼이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초읽기에 물리면서도 미동도 않는 인내심·끈기며 불리한 세를 막바지에 몰아쳐 이기고도 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이라는 겸손한 태도….』
화수의 부회장 조동진씨(72)는 바둑으로 치면 중도에 돌을 던지지 않는 게 자신들의 근성이라고 한다.
한국 바둑계의 원로 조남철씨(8단)는 조명인의 숙부로 조남철·조상연·조치훈은 조씨 문중의 바둑 트리오. 조남철씨는 45년 한성기원을 창설, 한국바둑계의 제1인자로 군림하면서 술한 후배를 양성했으며 한국의 바둑을 해외에 알리는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요즘은 TV 바둑해설가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전국에 흩어진 풍양조씨의 4대 문중을 하나로 묶는 중앙조직은 「풍양조씨 화수회」(회장 조정구 삼부토건회장·서울 중림동244).
지난 49년 발족된 화수회는 시조의 동상건립, 선조의 묘소 및 유적지정화사업, 세록번역 및 족보발간 등의 사업으로 가문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풍육회(회장조종구·대전일보논설의원)는 대전을 중심으로 풍양 조씨 가문이 설립한 장학회. 지난 80년 발족이래 16명의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명인사>
화수회가 제공한 지명인사는 다음과 같다.
▲조건묵(변호사) ▲조광묵(선경그룹홍보 담당이사) ▲조광희(국제관개 배수기구 한국위원장) ▲조귀연(고려대교수·경영학) ▲조남사(의박·국립서울병원과장) ▲조남조(국회의원·민정당) ▲조남철(전국회의원) ▲조간재(아세아재단이사·동구협회상임고문) ▲조동호 (의박) ▲조만(공박·핵 물리) ▲조민하(한국합판협회장) ▲조선구(의박) ▲조상희 (공박) ▲조성귀(공군준장) ▲조성호(한국과학기술단체 총련사무총장) ▲조수연(농박) ▲조순(서울대교수·경제학) ▲조양자(의박·한양대의대) ▲조인구(변호사) ▲조재연(학박) ▲조준구(의박) ▲조준희(변호사) ▲조중연(국회의원·민한당) ▲조창희(변호사) ▲조태정(의박) ▲조창구(삼부토건사장) ▲조흥구(의박)등. (가나다순) < 글 김창욱기자><사진 채흥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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