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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억 광년 떨어진 별에 누가 살고 있을까? 눈인사라도 나눴으면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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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호 04면

GMT 구축사업은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을 포함해 미국의 카네기재단, 스미스소니언재단, 하버드대, 애리조나대, 텍사스 오스틴대, 텍사스 A&M대, 시카고대, 호주천문재단, 호주 국립대학 등 10개 기관이 같은 지분을 출자해 공동으로 참여한다.

구경 25m 거대 망원경 ‘GMT’ 만든다

 GMT는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다. 높이 38.7m, 무게 1125t에 망원경 구경은 25m에 달한다. 이름 그대로 초대형 망원경이다. 직경 8.4m의 거울 7개를 연결해 25m에 달하는 구경을 구현했다. 현재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최대 단일 거울 크기가 직경 8m 정도이기 때문이다.

 성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집광력은 세계에서 가장 고성능인 망원경 중 하나인 ‘켁 망원경(구경 10m)’의 6배다. 집광력은 빛을 모으는 능력으로, 어두운 천체에서 보다 환하게 잘 볼 수 있는 척도다. 망원경 성능을 대표하는 두 가지 지표 중 하나다. 또 다른 지표인 분해능은 허블우주망원경의 10배에 달한다. 131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발견한 것도 바로 이 우주망원경이다. 분해능은 두 점을 분해해 볼 수 있는 최소의 각 거리를 말한다. 수치(각도)가 작을수록 성능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겹쳐 보이는 두 개의 별을 각각의 별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는 지상망원경이 어떻게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큰 분해능을 가질 수 있을까. 적응광학 덕분이다. 적응광학은 대기의 난류로 인해 별빛이 번져 보이는 현상을 레이저를 이용해 보정하는 기술이다. 작고 변형이 가능한 거울로 입사된 뒤틀린 빛을 정확히 반대로 일치해 휘어지도록 한다. GMT는 집약된 기술로 13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는 GMT를 통해 한 단계 더 먼 과거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GMT까지 발전하게 된 역사는 처절하다. 경쟁과 실패, 역경과 고난의 길이다. 이러한 과정이 결국 하늘을 우주로 만들었다.

두 렌즈의 조합, 망원경의 시작
망원경은 굴절과 반사의 미학이다. 렌즈와 거울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망원경의 역사는 이제 400년을 조금 넘었다. 4세기 동안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형태와 원리·방식이 치열하게 바뀌었다. 기존 망원경의 한계와 단점에 대한 극복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대형 망원경으로 진화한 것이다.

 망원경의 탄생은 16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 한스 리퍼라이(Hans Lipperhey)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두 개의 렌즈를 조합해서 보면 물체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양과 성능은 초라했다. 렌즈 두 개를 긴 통에 꽂아 넣은 것이 전부였다. 배율은 세 배 정도였고 선명하지도 않았다. 그는 같은 해 망원경의 독점 생산을 위해 30년간의 특허권을 국회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이듬해 갈리레이(Galileo Galilei)가 볼록렌즈(대물렌즈)와 오목렌즈(접안렌즈)를 조합한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는 1610년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 주위에 네 개의 위성이 돌고, 목성 원반이 밝기와 빛깔이 다른 무늬로 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에 흑점이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망원경에 지금과 비슷한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때부터다. ‘멀리 보는 도구’라는 의미의 ‘텔레스코피움(Telescopium)’이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다. 망원경의 시야가 좁았다. 넓은 천체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율이 크면 클수록 시야는 좁아졌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1611년 접안렌즈를 볼록렌즈로 바꾸는 원리를 내놨고, 크리스토프 샤이너(Christoph Scheiner)에 의해 완성됐다. 대물렌즈의 지름에 시야가 제한되지 않았다. 단, 상이 뒤집혀 보이는 한계가 있었다.

거울의 등장 … 볼록렌즈를 대신하다
그 후로 망원경은 계속 길어졌다. 1670년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급기야 27m 높이 돛대에 밧줄과 도르래로 매단 엄청나게 긴 망원경까지 선보였다. 길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1616년 이탈리아 수학자 니콜로 추키(Niccolo Zucchi)는 대물렌즈(볼록렌즈)를 오목거울로 대체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거울은 렌즈와 달리 한 면만 광을 내면 됐고 투명한 재질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또 렌즈보다 강한 지지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정밀한 거울을 만드는 어려움은 렌즈의 네 배에 달했다. 빛이 굴절될 때보다 반사될 때 오류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욕조 안에서 물이 넘실거릴 때 욕조 바닥은 잘 보이지만 물에 반사되는 모습은 가늠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이 시도는 실패했다.

 과학자들의 도전은 계속됐다.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한 점에서 초점이 맺히지 않아 무지갯빛으로 번져 보이는 색수차를 거울은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울의 빈약한 정확도와 반사력이 걸림돌이었다.

 굴절망원경이 발명된 지 64년 만에 첫 반사망원경을 만들어낸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기존과 달리 대상을 45도 각도로 꺾여 옆에서 들여다볼 수 방식이었다. 뉴턴은 반사망원경의 아버지라 불린다. 하지만 같은 해 프랑스 수학자 로랑 카세그레인(Laurent Cassegrain)은 1672년에 도안을 만들었다. 뉴턴식처럼 꺾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방향 그대로 보는 방식이다. 카세그레인 망원경은 현재 대부분의 대형 망원경 배치의 근간이 됐다.

 현재 대형 망원경의 틀은 1783년 윌리엄 허셜에 의해 만들어졌다. 1.7m, 2.1m짜리 뉴턴식 망원경에 이어 6m짜리 망원경을 만들었다. 돌아가는 원반에 설치함으로써 오늘날 대형 망원경의 설치법(경위식)을 구축했다. 이후 12m짜리(구경 1.2m) 망원경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질적으로도 발전했다. 금속거울을 대신할 은을 입힌 유리거울이 탄생했다. 물리학자 레온 푸코(Leon Foucault)는 1862년 80cm짜리 은 유리거울 망원경을 완성했다. 은 거울은 금속 거울의 무게를 3분의 1로 줄였고, 빛을 두 배나 더 모을 수 있었다. 뉴턴식과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1908년 1.52m 구경의 대형 망원경이 탄생했다.

 1917년에는 그 후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 자리를 지켰던 후커망원경(구경 2.54m)이 만들어졌다. 천문대가 산꼭대기에 세워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대형 망원경의 경쟁
대형 망원경은 크기와 성능 면에서 또 진화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이자 천문학자였던 조지 엘러리 헤일(George Ellery Hale)이 고안해 1948년 완성된 헤일망원경이다. 구경은 후커망원경의 두 배(5.1m)로 커졌다. 거울은 온도에 따른 팽창률이 낮은 내열유리 파이렉스(pyrex)를 도입해 안정성을 높였다. 후커망원경의 판유리는 온도가 변하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없었다. 헤일망원경은 은을 코팅해 거울을 만들던 기존 방식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은보다 색이 잘 안 변하고 자외선을 더 효율적으로 반사했기 때문이다. 진공 상태에서 알루미늄을 끓이고 코팅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런 방식은 이후 반사망원경 거울을 만드는 표준이 됐다.

 그 뒤 1976년 소련의 헤일식 망원경 BTA(구경 6.05m), 91년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있는 켁(Keck) 망원경(구경 10m)으로 발전했다. 이후 98년 직경 8.2m의 단일 거울 네 개를 붙여 만든 16.4m 구경의 VLT(Very Large Telescope) 망원경이 현재 세계에서 제일 큰 대형 망원경이다.

허블우주망원경.

우주로 나간 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
망원경은 공간의 한계도 벗어났다. NASA가 허블우주망원경을 쏘아올린 것이 1990년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거대한 망원경을 만들더라도 지구 대기에 의한 효과로 성능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대형 망원경이 불빛이 적고 건조하며 높은 산에 세워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구경 2.4m의 비교적 작은 망원경이지만 지상에서 대기의 영향으로 볼 수 없었던 우주의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현재도 작동 중이며, 이를 시작으로 콤프튼 감마선 천문대, 찬드라 엑스선 천문대, 스피처 우주망원경 등이 발사됐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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