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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잘 차려입는 것도 힐링 멋쟁이들은 생기 넘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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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코헨(왼쪽)에게 영화배우 미미 웨델(오른쪽·1915~2009)은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웨델에게 모자는 .삶의 낭만이자 즐거움.이었다. [사진 코헨]

아리 세스 코헨(33)의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는 블루마 외할머니였다. 두 사람은 오래된 영화를 시청하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옷장에 있는 오래된 옷들을 뒤져서 멋지게 차려입기 놀이를 하곤 했다. 코헨은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늘 근사한 할머니들에게 매료됐다”고 말한다.

 사진작가가 된 그는 2008년부터 뉴욕 거리에서 만난 멋쟁이 노인들의 사진을 블로그에 연재해 유명 인사가 됐다. ‘어드밴스드 스타일’이라는 그의 블로그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60세부터 100세까지다. 평균 연령은 75세. 사진 속 그들은 당당한 표정과 태도로 과감하고 화려한 패션을 자랑한다. 국내에는 지난 8월 열린 EIDF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통해 그의 작업이 소개됐다. 최근 동명의 사진집도 출간됐다. 코헨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뉴욕의 멋쟁이 노인들을 담은 사진집 『어드밴스드 스타일』 표지.

 -멋쟁이 노인들을 사진에 담게 된 계기는.

 “2008년 시애틀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후 놀라울 정도로 잘 차려입은 생기 넘치는 노인들을 거리에서 마주치게 됐다. 처음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그들을 사진 찍고 인터뷰했다. 그러면서 멋진 노인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라이프 스타일이나 패션 관련 매체들은 언제나 젊은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내가 만난 이들이 늙어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후 어떤 반응이 있었나.

 “젊은 여성들은 내게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나이 든 이들은 ‘내가 느끼는 자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고 했다.”

 -왜 당신의 블로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주위엔 부정적인 것 투성이다. 하지만 내 사진 속 노인들은 어떤 나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은발의 패셔니스타를 꼽는다면.

 “모든 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가령 일로나 로이스 스미스는 94세인데 10년 전에 카바레 가수가 됐다. 스미스는 내게 ‘10년 전에야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걸 알게 됐어. 84세가 돼서야 진짜 내 모습을 찾았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노인들은 옷에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내가 사진에 담은 이들도 옷에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들은 재활용품 판매점이나 저렴한 빈티지숍에서 옷을 산다. 패션은 창조적인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한국의 중년 여성들은 젊어 보이고 싶어 성형수술을 받는다.

 “나는 성형수술을 많이 한 이들은 사진에 잘 담지 않는다. 내 작업은 나이 듦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얼굴의 주름을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뭔가. 주름은 그 행복과 함께 얻어진 것이다.”

 -좋은 패션과 나쁜 패션의 정의를 내린다면. 패션은 왜 중요한가.

 “좋은 패션이나 나쁜 패션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좋은 패션이란 스스로 편하게 느끼는 것이다. 나쁜 패션이라면 지나치게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닐까. 패션이 중요한 건 당신이 패션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잘 차려입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건 하나의 힐링이 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패션이 아니라 개인의 스타일, 생명력 넘치는 자기 표현이다.”

 -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생을 충만하고 아름답게(fully and beautifully) 살아가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있는 바로 그곳을 사랑하고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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