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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해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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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고유한 성과 이름을 갖는다. 우리는 이 이름 석자를 일생동안 지니고 살아야 한다. 때로는 인격을 상징하고 때로는 한 자연인을 사회적 구성 체로 구속하는 옷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이름 석자를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이라고 했다. 경제기획원 인구센서스에 의한 우리나라의 성씨는 모두 2백49개로 확인됐다. 이 숱한 성씨에는 나름대로의 전통과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과 혼이 있다. 분지의 신년 대하시리즈는 바로 오늘의 후손들에게 그들 씨족의 문중 혼을 심어 내일의 밑거름이 되고자 「성씨의 고향」을 시작한다.
귀지봉오솔길엔 간 밤에 내린 눈이 회양목 가지마다 하얀 솜꽃을 피우고 있었다.
김해시 중심 가에서 밀양으로 향하는 국도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10여분. 길 왼편 고즈넉한 언덕에서 가락국 시조의 전설을 담은「육란탄강지」를 만나게 된다.
숭선전 왕릉을 눈 아래 굽어보며 태고의 신화를 담은 여섯 개의 석란은 꿈틀대는 화강암 쌍룡의 포옹 속에 이 나라 최고최대 문중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후손이 번창하여 6백50만 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를 점하는 김해김씨의 뿌리는 이곳 귀지봉 산정의 난생설화에서 시작된다.
후문분무 18년(42년)-가락국의 고도 (현 위치 김해시 귀산동80의2)귀지 봉 산정에 아흡 촌장이 모여 가락을 통솔할 군장을 얻고자 하늘을 향해 의식을 올렸다.
『거 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지를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노래하고 춤을 추며 기원을 하던 중 한줄기 붉은 빛이 하늘에서 내려 달려가 보니 해만 한 황금 알 여섯이 금함에 담겨져 있었다.
다음날 여섯 개의 황금 알은 동자로 화했고 그중 먼저 나온 동자이름을 수로라 짓고 금함에서 태어났다 하여 성을 김씨로 하니 그가 바로 김해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이다(『가락국전지』에서).
봄·가을이면 전국에 퍼져 있는 l백48개 파의 문중대표들이 모여 이곳 능 역에서 제를 올린다. 1년이면 20여만 명의 김씨들이 참배를 한다.
「숭조목종」(웃어른을 섬기고 일가간에 화목)과「화랑도정신」은 김해김씨 문중의 정신.
신유·고려조를 통해 숱한 현신·양장을 배출하고 2천년 성씨역사에 타성보다 남달리 후손의 번창을 가져온 게 바로 이두개의 문중 혼 때문이란다.
그들의 중시조인 김유신장군(후에 흥무왕으로 추존)을 정점으로 여조에서는 정승 급 15명,명신·공신 10여명과 장군 8명, 제학 11명을 배출, 삼한 갑족의 하나로 위세를 떨쳤다.
그 뿌리는 근세에 이르러 1937년 일장기말소사건으로 언론계를 떠났던 낭산 김준연씨(작고·3, 4, 5, 6대 국회의원)를 정점으로 정계에서는 김상철씨(서울·전 내각수반)·김졸필씨 (부여·전 국무총리)등 2명의 재상을 배출했다.
김원태(괴산·전 무임소장관), 김세련(공주·전 재무부장관), 김현옥(진주·전 서울시장)씨 등 17명의 김해김씨 장관이 나왔고 재계의 김봉재(창원·전 중소기협중앙회장), 김상문(서울·기아산업회장), 김영준(예천·한국전력사장), 김지태(부산·한국생사회장), 김인득(함안·벽산그룹회장), 김한시(김해·한일합섬회장)씨 등이 활약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중수(안성·전대법관·변호사), 김흔화(용천·전 법원행정처장·변호사), 김두현(당진·대한변협회장)씨 등 이 김해김씨. 국회의원은 현직 23명을 포함, 모두 83명. 동양화단의 거목 삼보 김기창 화백이 김해김씨 문중이고 학계의 교수 급 이상, 군장성 출신 또한 수없이 많다.
나·여조에서 그렇듯 위세를 떨쳤던 김해김씨가 이조에 들어서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연산조의 학자 성현은『용재총화』에서「옛날에는 성했다가 지금은 쇠한」씨족을 지적하는 가운데 김해김씨를 하나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가락중앙종친회보사 상담실장 김종인씨는 춘추관 사관 김일손(1464∼1498년)의 사초에서 일어난 무오사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일손은 선군재 김종직(안동인)의 문인이었다. 그는 사관으로 있을 때 전라관찰사 이극돈의 비행을 사초에 올려 원한을 사게 된다.
연산군 4년『성종실록』을 편찬할 때 공교롭게 이극돈이 당상관으로 참여, 사초를 살피게 되었고 그 때 김일손의 스승 김종직이 쓴『적의제문』이 말썽이 되었다. 이는 옛날 항우가 초회왕을 죽인 중국의 고사에 비유, 세조의 왕위찬탈을 풍자한 글.
결국 이극돈·노사신·한치형 등 이 들고 일어나 김종직은 부관 참시 되고 김일손 등 일족은 참수 당하거나 유배되고 만다. 『오늘날 경남서부지방과 전남-북 일대에 김해김씨 들의 집단 촌이 형성된 게 사화이후 중앙을 등진 어른들의 은둔생활 때문이지요.』
김해김씨는 그 역사가 오래되고 수가 많은 벌족답게 각 분야에 많은 인물들이 현존하고 있다. 다음은 종친회가 제공한 문중 인사들.
▲김경태(서울대 교수·화학과) ▲김광수(대한교과서주식회사 회장) ▲김규섭(예비역 해군대장·전 해군참모총장) ▲김규태(김풍요업 사장) ▲김기두(서울대 교수·법학) ▲김기석(육군소장) ▲김기수(국회의원·국민당) ▲김기형(전 과학기술처장관) ▲김길전(국회의원·무소속) ▲김노성 (신성화학 사장) ▲김덕엽(전경북도지사) ▲김동기(고려대상대학장) ▲김동하 (예비역 해병중장·전 마사회장) ▲김두만(예비역공군대장·전 공군참모총장) ▲김두종 (전숙명여대총장) ▲김두찬(예비역 해병중장) ▲김문석(국회의원·전국구) ▲김병두(육군소장) ▲김병오 (국회의원·민한당) ▲김보현 (전 농수산부장관) ▲김폭용 (한국낙농 사장) ▲김사룡 (국회의원·민정당) ▲김상폭 (예비역 육군중장·전 한전사장) ▲김상영 (전 한은부총재) ▲김상태(변호사) ▲김상필(서예가·호 경암) ▲김상희 (치안정감·경찰대학장) ▲김선 (변호사·전 대검검사) ▲김선희 (제주신문사장) ▲김성배 (동국대교수) ▲김성은 (전국방장관·예비역 해병중장) ▲김성한(전 동아일보주필) ▲김세배 (변호사) ▲김수룡 (변호사) ▲김수학(국세청장) ▲김순애 (음악가·이대교수) ▲김연식 (해군중장) ▲김영관 (예비역 해군대장·전 해군참모중장) ▲김영구 (국회의원·민정당) ▲김영균 (법제처장) ▲김영묵 (전 충남대총장) ▲김영생 (국회의원·국민당) ▲김영일 (아동문학가) ▲김영주 (서양화가) ▲김영준 (감사원감사위원) ▲김수추 (동국대교수·법학) ▲김영택 (의박·전 우석대총장) ▲김완태 (국회의원·국민당) ▲김용옥 (서예가·호 흑해) ▲김용성 (신한제분회장) ▲김낙식 (대한적십자사총재) ▲김용식 (체육인·할렐루야축구팀감독) ▲김용주 (전방회장) ▲김용태 (국회의원·민정당) ▲김용한(경제기휙원예산실장) ▲김위석 (전대구대학장) ▲김의훈 (영양대이과대학장) ▲김일두 (변호사·전 서울지검검사장) ▲김자경 (성악가·김자경오페라 단장) ▲김장섭(변호사) ▲김장동(예비역 해군소장·전 체신장관) ▲김재호(국회의원·민정당) ▲김점곤 (예비역육군소장·경희대교수) ▲김정남(국회의원·민정당) ▲김정배(고려대 교수·사학과) ▲김정태 (국민대교수·경제과) ▲김정호 (국회의원·전국구) ▲김종건 (서울지검성북지청장) ▲김종권 (국회의원·민정당) ▲김종기(국회의원·민정당) ▲김종길 (변호사) ▲김종락 (코리아타코마회장) ▲김종대 (대전피혁회장) ▲김종범 (경향신문이사) ▲김종세 (인천지청검사) ▲김종수 (수산청장) ▲김종욱 (화가) ▲김종표 (단국대교수·경제학) ▲김종하 (국회의원·국민당) ▲김종호 (전남도지사) ▲김종환 (예비역육군대장·전내무부장관) ▲김준보 (고려대정경대학장) ▲기준철 (청주대이사장) ▲김진규 (서울신문 국장) ▲김욱균(서예가·호 지남)▲김찬삼 (여행가·세종대교수) ▲김창직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 ▲김창욱(변호사) ▲김창환 (서예가·호 창해) ▲김택수 (IOC위원·전 체육회장) ▲김판술 (국회의원·민한당) ▲김필수 (성신양회 사장) ▲김학수(동국대교수·국문학) ▲김향수 (아남산업회장) ▲김환규 (이대교수·동물학) ▲김현욱 (국회의원·민정당) ▲김효연 (한주공업 사장) ▲김흥배 (외국어대이사장) ▲김희오 (숭전대 교수·정치학)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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