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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관계, 냉정·차분하게 접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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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02면

최근 일주일 새 남북한 간에 벌어진 사태들을 지켜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은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 발을 남쪽으로 발사했다. 우리 군도 이에 맞서 북쪽을 향해 K-6 기관총 40여 발을 대응 사격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함정과 이에 맞선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주고받았다. 평화를 외치다가도 순식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남북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들이다.

 지난 4일 북한 고위 대표단의 인천 방문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됐던 남북 해빙 분위기도 다시 싸늘해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전단 살포로 남북이 합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이 물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정은의 장기 부재를 둘러싸고 난무하는 갖가지 설(說)이 상황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몇몇 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다시 소모적인 대결과 갈등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면 안 된다고 본다. 남북 모두 대화가 절실한 시점인 만큼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모험주의적인 군사 도발이 전략적 우위를 가져온다는 허망을 버려야 한다. 북한 권력 실세들이 방남한 이상 대화의 의지와 진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말이 단순한 교란전술이 아니라면 말이다. 북한은 이번 기회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냉철히 지켜보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하되, 불필요한 자극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북핵 불용 원칙 아래 굳건한 안보 태세를 다지는 동시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자는 것이다. 내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가 우리의 그런 의지를 천명할 좋은 기회다. 이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가능한 한 북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대화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다. 또 10일 우리 군이 북한군 고사총 발사 상황을 분석하고 경고방송에 이어 제한적인 사격을 가한 것 역시 긴장 관리를 위한 대응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기는 미리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우연이나 순간적 판단 미스에 의해 전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역사에서 숱하게 봐 왔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에피소드에 그칠 작은 일들이 통제 불능의 대형 사태(事態)로 비화해선 안 된다. 남북관계의 큰 흐름은 역시 평화 안정과 교류 협력을 향해 흘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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