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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공포가 미국·유럽 등으로 빠르게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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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 유사 증세를 보인 마이클 모니그 부보안관이 8일(현지시간)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텍사스 건강장로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모니그는 미국 내 첫 에볼라 사망 환자인 에릭 던컨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댈러스 AP=뉴시스]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공포가 미국·유럽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정부 당국의 초기 대처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42)이 8일(현지시간) 숨지면서 미국 전역이 에볼라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에볼라 증세 없이 지난달 20일 귀국한 그는 나흘 뒤 에볼라 증상으로 댈러스 보건장로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항생제 처방만 하고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28일 구급차에 실려올 때까지 던컨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었다.

그가 머물던 아파트에 방치된 오물을 제거한 댈러스 카운티 공무원들 역시 방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던컨의 아파트에 들어갔던 마이크 모니그 부보안관이 8일 에볼라 증세를 보여 보건장로병원으로 이송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니그가 던컨과 체액을 접촉한 사실이 없어 에볼라 감염일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으나 패닉 상태에 빠진 지역 사회를 진정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보건 당국의 미숙한 초동 대응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11일 뉴욕 JFK공항을 시작으로, 워싱턴DC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뉴어크 리버티, 애틀란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서 서아프리카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던컨의 사례에서 보듯이 에볼라 환자를 100%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던컨은 라이베리아 출국시 “에볼라 환자와 접촉 사실이 없다”는 거짓말로 구두검사를 통과했다.

스페인에서도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테레사 로메로 간호사에 대한 부실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로메로 간호사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뒤 귀국한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 선교사가 숨진 지 이틀 만인 27일부터 이상 증세를 느꼈다. 자신이 에볼라 치료팀으로 일했던 라 파스 카를로스 3세 병원에 연락했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로메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말을 거치면서 상태가 나빠져 응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갔지만 해열진통제인 파라세타몰 처방만 받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보건 의료 노조 관계자는 “로메로 간호사가 세 차례 열과 발진 증세가 있다고 병원 측에 알렸지만 체온이 38.6도를 넘지 않는다며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로메로 간호사는 다시 인근 알코르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에볼라에 감염됐을 지도 몰라 걱정된다”고 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일반 환자와 의료진들이 오가는 응급병동에 대기토록 했다. 에볼라 진단된 뒤에서도 격리됐다지만 커튼 정도 친 상태였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마스크와 장갑만을 낀 채 그를 대했다. 이런 과정에서 로메로 간호사는 의료진 21명과 접촉했다. 결국 처음엔 로메로 간호사와 5명을 격리했던 스페인 보건 당국은 최근 관찰 대상자를 84명으로 늘렸다.

한편 9일에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간호한 뒤 귀국한 57세의 호주 여성이 에볼라 확진을 위해 격리 조치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뉴욕·런던=이상렬·고정애 특파원, 서울=신경진 기자 isang@joongang.co.kr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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