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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대규모 손배 직면…변호인단 구성을 검토 중

중앙일보

입력

민주적 절차에 따른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위해 지난 1주일 여 동안 시위를 벌인 홍콩 시위대가 대규모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홍콩의 여행사 한 곳과 식당 한 곳이 홍콩의 소액 심판처에 ‘센트럴 점령’ 시위를 주도한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9일 보도했다. 여행사 측은 “계속된 시위로 2일 국경일 기념행사가 취소됐고 관광버스 3대의 임대 업무에 차질을 빚어 450 홍콩 달러(약 6만2000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 안건은 다음달 26일 심리가 시작된다.

시위의 중심지였던 몽콕(旺角)의 한 일식당도 “시위로 23만 홍콩달러(약 3200만원)의 손해를 입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송은 소액 심판처가 정한 소송한도액(5만 홍콩달러)을 넘어 접수되지 않았다. 식당 측은 곧 지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시위에 반대하는 친중 단체인 ‘인터넷 대연맹’측은 8일 "시위로 손해를 본 크고 작은 업체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변호인단 구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 소매관리협회에 따르면 시위가 계속됐던 1~5일 소매업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 줄었다. 홍콩 역내 총생산(GDP)도 당초 목표치인 3.4%에서 2.2%로 낮아질 전망이다.

홍콩 변호사 협회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대는 (민주 쟁취를 위한) 시민의 항명을 자신의 합리적 행위로 인식하지만 지금까지 판례로 보면 이는 시위대의 희망사항일 뿐 엄연히 불법"이라며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범법 행위는 기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정부 측은 10일 열리는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과 시위대 학생 대표 간 대화의 의제로 ‘정치제도 개혁의 헌정 기초와 법률적 규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위대 측은 ‘시민의 민주화 열망에 대한 정부의 대답’을 유일한 의제로 제시해 양측이 대화를 하루 앞둔 9일까지 의제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 전인대는 2017년 시행될 행정장관 직전제와 관련, 1200명 규모의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위원 50% 이상 지지를 얻은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결정안을 8월 말 의결했다.

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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