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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남은 5·24 붙잡는 게 맞나" 여당서도 해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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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4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외통위는 이날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왼쪽은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김형수 기자]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의 핫이슈는 북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깜짝 방남(訪南)이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 4일 북한 방문단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면담 불발이 ‘무전략’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비판을 했다.

 ▶유승민=“왜 방문할 의사도 없는 이들에게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나.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우리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가라’는 데 친구가 ‘바빠서 그냥 간다’고 한 꼴이다. 무슨 대통령 면담 카드를 그렇게 싸게 쓰느냐.”

 ▶류길재=“그런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북에서 아주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남북 관계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유승민=“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외교·통일부 장관 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그것밖에 안 되나. 좀 느긋하게 밤까지 기다렸다가 안 될 거 같으면 우리도 말 안 하면 되는 거지, 뭐가 그리 급했냐. 그래서 물밑접촉이 필요하다. ”

 여야 의원들은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을 내용으로 하는 5·24 조치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야당은 일제히 해제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은 “여야가 가리지 않고 5·24 조치의 해제를 말하고 있다”며 “북한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 등이 열심히 움직이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입장이 갈렸다. 나경원 의원은 “굳이 껍데기만 남은 5·24 조치를 붙잡고 명분을 삼아 가는 게 맞겠느냐”며 “점점 더 껍데기만 남을 바엔 (5·24 조치를) 걷어 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은 “북한에 대한 민생 인프라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5·24 조치 해제의 다른 표현으로 본다”며 “천안함 폭침을 잊어선 안 되지만 남북 관계와 국가 미래를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며 해제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 인사인 윤상현 의원은 “5·24 해제는 우리 스스로 대북 지렛대를 없애는 것”이라며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답도 듣지 못하고 넘어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5·24 조치는 고위급 방문단이 왔다고 해서 입장이 바뀔 순 없는 것”이라면서도 “5·24 문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얘기해 봐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문제들은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면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 얘기할 수 있으며 남북이 서로 논의를 해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남북 대화 정례화를 위해서는 스포츠·문화 분야의 남북 정기교류전이 필요하다”며 경평(京平) 축구의 부활을 주장했다. 하지만 류 장관은 “2차 고위급 접촉에서 구체적 사업부터 얘기하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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