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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자연, 그 비밀] 돼지풀 알레르기, 서울이 포천보다 50배 독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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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0대 직장인 K씨는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아침 저녁으로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도 심해 두 차례나 병원을 찾았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은 꽃가루다. 한양대 구리병원 오재원 교수는 “돼지풀·단풍잎돼지풀·환삼덩굴이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2010년 미국 국립야생생물연맹(NWF)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70%는 돼지풀이 원인이다.

 8월 말에서 10월 초 돼지풀 한 그루는 하루에 100만 개씩 꽃가루를 날려보내는데, 한 번 바람을 타면 600㎞까지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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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했는데, 최근에는 38%나 된다.

 오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꽃가루를 생산하는 식물의 생육기간이 길어지면서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탓에 겨울이 짧아지고 봄이 한 달 정도 일찍 오면 꽃가루 생산량도 전체적으로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서울대 이은주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돼지풀이 꽃가루를 더 많이 생산하고, 같은 양의 꽃가루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Amb a1)의 농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0% 높고, 기온이 2도 높은 도시는 외곽지역보다 돼지풀이 7배나 잘 자란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 돼지풀이 경기도 포천 지역보다 50배 정도 꽃가루 알레르기 독성(역가)이 높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더욱이 꽃가루가 이산화탄소나 오존 같은 대기오염 물질과 섞이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알레르기 증상을 더 심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경기·강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라던 돼지풀·단풍잎돼지풀이 남쪽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상청의 ‘꽃가루 예보’에 관심을 갖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는 운동을 피하는 등 예방 수칙을 잘 지킬 필요가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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