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걸리던 쿠폰 도장 찍기, 전화번호 누르면 2초에 끝나죠

중앙일보

입력 2014.10.06 00:15

업데이트 2014.10.06 00:15

지면보기

경제 02면

고객도 사장도 ‘30초’가 아쉬웠다. ‘커피쿠폰’을 적립하는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포카는 도도포인트란 이름의 30초를 아끼는 적립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왼쪽부터 가맹점 버클리 커피 익스프레스 엄수려·김태원 사장과 최재승 스포카 대표. [김상선 기자]

지난달 15일 오후 2시 서울 계동에 있는 ‘버클리 커피 익스프레스’. 커피와 샌드위치, 칵테일 등을 파는 작은 카페다. 사장 김태원(41)씨는 지인 2명과 함께 종잣돈 2억원으로 2012년 8월 이 가게를 열었다. 26.4㎡ 규모의 작은 가게. 하지만 맛있는 더치 커피와 깐깐하게 고른 유기농 과일 주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에 커피만 150잔 이상 판매하는 가게로 키웠다. 그런데 결정적 한 방이 모자랐다. 단골이 많아야 했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다른 커피숍이 다 하는 ‘스탬프 카드’ 정도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일부 알뜰한 손님만 도장을 찍어갈 뿐이었다. 뜨내기 손님으론 가게의 미래가 없어보였다. 대형 커피체인처럼 포인트 앱을 도입할까 하는 생각을 한 건 이때문이다.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개발비나 가맹비가 만만치 않았다.

 고민 중에 만난 게 최재승(30) 스포카 대표가 만든 적립 서비스 ‘도도 포인트’다. 김 사장은 무릎을 쳤다. 고객 입장에서는 아주 단순한 서비스다. 매장 카운터에서 평소에 하던대로 결제를 하고, 그 옆에 있는 태블릿PC 화면에 자신의 전화번호만 누르면 끝이다. 매장마다 일정한 포인트를 모으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버클리커피에서는 10포인트(한 잔 당 1포인트)를 모으면 한 잔이 무료, 50포인트를 모으면 가게에서 파티를 열어준다.

 효과는 컸다. 도약은 언제나 작은 차이에서 오기 마련이다. 버클리 커피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9월 도도포인트에 가입 한 후 커피 판매가 하루 150잔 수준에서 200~250잔으로 늘었다.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사가는 고객까지 치면 300명을 넘어선다. 김 사장은 “도도포인트 덕분에 손님이 1년 사이 30% 이상 늘었다”면서 “10월 중 이태원 ‘장진우 골목’에 2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포카의 ‘도도포인트’ 를 만든 최 대표는 미 존스홉킨스대와 코넬대(석사)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부터 하루에 몇 잔 씩 커피를 마시던 ‘커피 매니어’다. 대학원 졸업 후 SK케미칼 연구원이 된 그는 주말이면 홍대 주변의 커피집 순례를 취미삼았다. 그는 생활 속 ‘30초의 불편’을 놓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작은 카페에서는 종이로 된 커피쿠폰을 찾느라 계산대 앞에서 머쓱하기 일쑤였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모바일 앱을 구동시키는게 너무나 귀찮았다”고 말했다. ‘커피숍에서 이름만 말하면 포인트를 적립·사용할 순 없을까’ 이게 그의 머릿속에 숙제가 됐다. 그리고 숙제를 풀어낸 것에 도도포인트다.

 도도포인트는 전화번호만 태블릿PC에 찍으면 되는 단순한 서비스다. 포인트 적립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초 정도다. 고작 몇 십초에 목을 매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막상 장사를 해 보면 고작 몇 초이 힘은 크다. ‘버클리 커피’ 김태원 사장의 얘기다. “손님이 카운터에서 앱을 구동해서 바코드를 보여주고 이를 확인하는 30초는 너무 아깝다.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40초 안에 양질의 커피를 내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대기하는 줄이 있는 것은 ‘단골의 상징’이겠지만, 더 길어지면 오히려 손님을 내쫓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가만 있어도 브랜드를 보고 오는 손님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달리 우리같은 작은 가게는 더 그렇다.”

 간편함은 고객을 모았다. 현재 도도포인트를 적립·사용하는 인원은 250만명. 이 중 100만명 이상이 20대 여성이다. 숨겨진 맛집을 찾아 다니고 매장별로 내 포인트를 관리하고 싶은 20~30대 여성들을 주 타깃이 됐다. 단골 고객은 이름과 생년월일을 추가로 등록할 수도 있다. 더치커피나 무화과 파이 등 아침마다 찾는 손님들은 ‘늘 그 메뉴’만 찾는다. 그 사용 내역을 분석해 ‘이 손님이 오늘 먹을 것’을 예측할 수도 있게 해준다.

 최 대표의 성공 비결에는 큰 매장, 유명 가게만 쳐다보지 않고 작지만 많은 가게로 구성된 시장을 봤다는 점이다. 도도포인트의 가맹점 1500곳 중 절반 가량은 버클리 커피 익스프레스와 같은 작은 카페다. 지난달 도도포인트는 카카오톡의 소상공인용 서비스 ‘옐로아이디’와 제휴를 했다. 도도포인트에 가입된 매장과 옐로아이디 친구를 맺으면, 포인트 적립 내용이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에게 전송된다. 고객은 식당 사장에게 예약 문의 등 1:1 상담을 할 수 있고, 점주 입장에서는 쿠폰이나 이벤트를 알릴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싫증이 나서 ‘친구’를 끊으면 스팸문자 걱정없이 바로 차단된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서비스나 앱을 내놓지만,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많지 않다. 최 대표는 “나 자신도 소상공인”이라고 말했다. 2011년 5월 20일 창립한 스포카는 최 대표 등 창업자 4명이 단돈 1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론칭을 준비하는 7개월 간 대형 체인 커피숍의 미팅룸을 전전하며 회의를 했고,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회의를 하다가 쫓겨난 적도 많았다. 최 대표는 “지금은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쫓겨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면서 “단돈 몇 천 원, 몇 만 원의 비용에 고민할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하는지라 요금 역시 ‘종이쿠폰 인쇄비’ 수준인 4만원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도 계약 조건에 따라 3만원대로 할인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이번 달부터 일본 시장 진출에 나선다. 지난해 말 도쿄 시내 15개 매장에서 도도포인트 태블릿을 놓고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쿠폰이나 적립을 더 사랑했고, 매장을 나갔다가 10분 뒤 돌아와 ‘적립을 깜빡했다’던 사람도 있었다”는게 최 대표의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일본에는 아직도 공책에 수기로 고객정보나 적립 내용을 적는 소상공인이 많다. 모두 다 최 대표의 잠재적인 고객이다. 일본에서는 물가를 감안해 월 6000엔(약 5만8000원)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칠판에 쓸 법한 이야기로 접근해 본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스포카의 도도포인트는 매장을 방문한 손님을 통계내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고객관계관리(CRM)가 가능하다. 한 번 온 고객은 자신의 취향을 매장 서버에 기록해, 사장을 ‘개인 셰프’처럼 쓸 수도 있다. 고객은 방문할 때마다 전화번호만 누르면 된다. 한 달 요금은 단돈 3만~4만원으로, 500만 소상공인 모두가 부담 없는 수준이다. 그 중 0.3%인 1500명을 가맹점으로 유치했다. 연 매출 5억원 선에 아직은 초기 단계인 이 벤처기업에 포스코·GS홈쇼핑·대성창투 등의 투자금 40억원이 몰린 이유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