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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오찬에서 뭔 얘기 나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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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오찬을 한 곳은 인천 시청 주변의 3층건물 한정식당인 영빈관이다. 오찬은 이 곳 1층 룸에서 이뤄졌는데 오후 1시50분부터 약 10분간 환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고 곧바로 비공개로 양측 회담이 진행됐다.

식당에서는 애초에 7만5000원짜리 한정식 10명으로 했다고 밝혔으며, 예약은 오늘 오전 9시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전화로 한 게 아니라 직접 식당앞에서 기다려서 예약을 했다는 게 관계자는 전언이다. 정확히 누가 예약했는지 모르고 예약자명도 식당에서는 없었다는 것. 오찬 메뉴는 갈비구이, 회 등 일반 한정식 메뉴라고 식당 측은 설명했다.

원래 예약 인원이 10명이었는데 갑자기 6명 늘어난 16명이 돼서(실제 북측 참석은 7명) 식당에서 갑자기 테이블 더 들여놓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기도 했다는 것. 예약시간은 12시였으나 티타임 등 호텔 일정이 늦어져 1시 30분 호텔에서 출발해 1시 50분 오찬장에 북한 대표단이 등장했다.

김관진 실장은 북측 대표단이 도착하기 전 기자들과 잠시 질의응답을 가졌다.

- 사실상 고위급접촉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접촉하고 있지 않습니까."
- 삐라를 북측에서 제기할 것같은데.
"삐라는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를 잘 이해시켜야죠."
-황병서가 김정은 메시지를 갖고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
"아직까지 추측일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김규현 차장 등은 미리 식당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호텔서 북한 측 일행을 영접했다. 언론에 모두 부분이 공개된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었다. 식당에는 황병서가 먼저 등장하고 최용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일행이 김관진 실장과 같이 오찬장에 들어섰다. 김관진 실장이 “악수나 먼저 하고 시작하자”고 제안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다음은 남북 양측의 모두 공개발언 부분 요지.

-김관진 실장: "처음 대표단끼리 뵙게되니깐 악수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북측 대표단께서 아주 좋은 가을날씨를 몰고 오셨다. 아마 그 단풍이 아마 북쪽 어디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우리 10여일 지나면 우리 남측에도 아마 동해 태백산쪽에 단풍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다. 남북관계도 아마 그 수확을 거두어 돼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들이 쾌거, 승전 잘 봤습니다. 남남북녀라고 북쪽 여자축구선수들 진짜 참 훌륭한 경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또 남북 축구 간에도 보니깐 넘어지면 서로 돌봐주고 일으켜주기도 하고... 이렇게 선수들끼리 동포애가 작용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구요.

우리가 아주 특별한 오늘 위치에 계신 분들 대표단으로 오셨기 때문에 아주 남북관계도 잘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김관진 실장이 먼저 인사말이 끝난 뒤 "북측에 한말씀 하시라"고 하니까 김양건 비서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쳐다본 뒤 말을 이어갔다.

-김양건 비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랍니까. 허허 우리 총정치국장 동지 승인 받아서 간단히 발언하겠다. 우선 총정치국장 동지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해주는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저희들이 인천방문과 또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가하고 또 그동안 인천과 남쪽의 여러분들이 두터운 속에서 경기를 치뤄서 우리 선수도 만나서 축하해주려고 방문했다.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사이에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이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걸음을 걸어왔다. 오늘 여러분들과의 자리를 같이 하고 따뜻한 식사를 같이 한데 대해서 사실 기쁘게 생각한다. 다 이야기했지만 이번에 아시아경기대회는 역시 우리민족이 이룬 힘과 자랑을 온 세상에 시위했다.

특히 이전에 통일부장관한테도 이야기했는데 북과남이 체육의 상징종목인 축구에서 우승했다. 이건 우리민족의 자랑이고. 우리 힘이 시위된 것이다. 이런 자랑찬 성과를 거둬서 오늘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렇게저렇게 보던 분이지만 처음 만났으니까 더 구면이 되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김비서의 말이 끝나자 김관진 실장은 "우리나라 티비에서 세분이 자주 나와서 얼굴이 낯설지 않다. 친숙하다" 고 덕담했다. 이에 김양건 비서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한편 기자단이 오찬장에서 빠져나오자 김양건과 황병서가 잠시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오찬회담은 1시간 50분만인 오후 3시30분께 끝났다.

인천=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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