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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큰고니 … 가을 시화호에 다 모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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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0일 시화호 안산갈대습지 . 담수호로 만들려던 시화호는 오히려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뒤 온갖 철새가 날아오는 등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졌다. [사진 안산시]

25일 경기도 시화호 상류에 위치한 안산갈대습지공원. 빽빽한 갈대 숲이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습지 쉼터엔 검은 민물가마우지 수십 마리가 날아들었다. 하얀 쇠백로 2마리는 그 옆에서 먹잇감을 찾으며 물가를 휘저었다. 반대편 하류 끝의 대송단지 자연습지에선 긴 검은 부리에 하얀 깃털의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 100여 마리가 모여 있었다. 텃새인 흰뺨 검둥오리는 물 위를 유유히 떠다녔다.

 가을을 맞은 시화호의 모습이다. 1994년 시화방조제 공사 뒤 고인 물이 썩어들어가던 시화호는 이제 자연의 보고가 됐다. 민물 호수로 만들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수문을 열어 바닷물과 민물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한 덕이다. 인공을 거부하며 죽어가던 호수가 자연의 손길에 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안산시가 안산갈대습지공원과 대송단지 자연습지를 조사한 결과 원앙·황조롱이·노랑부리저어새·맹꽁이·금개구리 등 100종이 넘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들쥐와 뱀이 넘쳐 생태계 균형을 잡겠다며 지난 3월 하순 이들을 잡아먹는 삵 5마리를 풀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에서 키운 암컷 세 마리와 수컷 두 마리였다. 현재 암컷 수컷 한 마리씩만 살아남았다. 암컷은 시화호 갈대 숲에 살고 있고 수컷은 10㎞쯤 떨어진 다른 습지에 산다. 수컷은 목에 단 송신기 배터리가 닳아 위치 추적이 안 되는 상태다.

 생태계가 회복된 시화호는 가을에 방문객 발길이 몰린다. 황금빛 갈대숲을 찾아서다. 탐방로가 갖춰져 있어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삵이나 너구리 같은 동물은 보기 힘들다.

 안산갈대습지공원 입구에서 탐방로를 따라 10여 분가량 걸어가면 습지 위 3m 높이로 자란 수련 연못이 펼쳐진다. 반월천 상류로 이어지는 ‘물고기 길(어로)’에서 먹잇감을 찾는 쇠백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길 곳곳에는 조류관찰대가 있다. 새를 잘 보려면 망원경은 필수.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 25일엔 아직 떠나지 않은 여름철새인 민물가마우지와 쇠백로·중대백로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다음달 초쯤 남쪽으로 이동한다.

 겨울철새인 청둥오리와 물수리(멸종위기 2급) 등은 다음달 초부터 차례로 날아든다. 습지를 찾는 겨울철새는 20여 종 2000마리로 예상된다. 갈대밭 사이사이에 둥지를 튼 뿔논병아리도 가을이 깊어지면 개체 수가 늘어난다.

 대송단지 자연습지는 큰 새들이 많이 온다. 탁 트인 호수와 바다에서 수많은 철새가 날아오르는 장관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음달 중순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선발대 10~15마리가 오면 ‘이제 진짜 가을’이라는 신호다. 현재는 여름철새인 저어새와 흰뺨검둥오리·백로 등이 많다. 큰고니에 이어 큰기러기(멸종위기 2급) 등 70여 종 30여 만 마리가 매년 찾아 온다.

 안산시는 안산갈대습지와 대송단지 자연습지를 국제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등록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최근 환경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람사르사무국 동북아시아 담당관이 다음달 중순 이곳을 찾는다. 안산시 조현선 환경정책팀장은 “습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갈대숲을 줄이고 수련 연못의 면적을 30% 늘리는 등 더 다양한 생물이 조화롭게 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산=임명수·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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