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북한에 석패…亞청소년선수권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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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세 이하 축구대표팀(감독 최진철)이 남북대결에서 패배하며 아시아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한국은 20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축구선수권 결승에서 전반 33분에 최재영(포항제철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들어 두 골을 내리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의 정상 정복에 나섰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아시아 챔피언의 자리는 북한에 양보했다.

한국은 개인 기량에서 북한에 앞섰지만, 체력과 스피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8강전과 4강전을 내리 연장 혈투로 치른 북한이 체력적으로 불리하리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승부처의 집중력에서는 북한이 앞섰다.

최진철 감독은 시리아와의 4강전(7-1승)에 가동한 스리백 축구를 재가동했다. 수비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점을 허무는 방법을 썼다. 전반은 의도대로 됐다. 경기 흐름을 주도하면서 전반 33분에 선제골도 넣었다. 코너킥 찬스에서 이상헌(울산현대고)이 올려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최재영이 머리로 받아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본부석 왼편에 자리잡은 500여 명 교민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후반에도 수비적인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역전패의 원인이 됐다. 다급해진 북한이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한국 수비진을 두드렸다. 동점골은 후반 4분에 나왔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스루패스를 최전방 공격수 한광성이 받아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1분에는 한광성의 패스를 받은 오른쪽 날개 최성혁이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의 주인공이 됐다. 스코어가 뒤집히자 이번에는 본부석 오른편의 북한 교민 100여 명이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리틀 메시'로 기대를 모은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파울에 묶여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승우가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들이 고의성이 다분한 거친 파울로 철저히 흐름을 끊었다. 이승우는 여러 차례 화려한 돌파를 선보였지만 북한의 밀집대형 속에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침묵했지만 이번 대회 5골을 기록한 이승우는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방콕=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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