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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의 맥점에 희망이 부서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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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국
[제8보 (129~148)]
白·趙漢乘 6단 | 黑·柳才馨 6단

실리는 좋은 것이지만 엷어지기 쉽고 엷어지면 사고가 나기 쉽다. 인생이나 바둑이나 똑같은 이치다. 순풍 속을 달리던 柳6단이 순식간에 진흙탕에 빠지고만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엷음 때문이다.

엶음을 등에 이고서도 승리를 얻어내곤 하는 대표적인 기사가 조훈현9단이다.

이세돌6단도 가끔 비슷한 능력을 보여준다. 대담한 변신과 전투능력,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전략이다.

무심히 한걸음 내딛다가 비몽사몽이 돼버린 柳6단은 눈을 부릅뜨고 수습에 나섰다. 우선 129의 절단. 이 요석을 잡지 않고서는 집으로 져버린다. 백도 물론 134로 끊어 위쪽 흑대마를 품에 안았다. 이때 135로 뛰는 수, 이 수에 柳6단은 운명을 걸기로 했다.

135에 상대가 '참고도1'의 백1로 가일수해 흑▲들을 잡아버리면 흑도 2로 끊어 백△들을 수중에 넣는다. 이 계가는 물론 흑의 압승. 따라서 백은 △들을 살려야 하고 그 틈에 흑도 위쪽 대마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흑의 꿈은 136의 절단 한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 수에 흑이 '참고도2'처럼 흑1로 잡는 것은 백2로 파탄에 빠지고 만다.

외길 수순을 거쳐 백6으로 끊으면 큰 패가 나는데 이 패는 흑엔 생사가 걸렸지만 백엔 꽃놀이패나 같다.

부득이 흑은 137로 잡았으나 138,140으로 뚫리자 하변 백대마가 쉽게 잡히지 않는 골치아픈 모습으로 변했다.

손을 쓸 수 없게 된 柳6단은 147부터 대마 구출에 최후의 희망을 걸어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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