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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한국전쟁때 평양 원산 선에서 북진 멈췄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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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발간한 저서 『세계 질서』에서 한국전쟁 때 미군이 평양ㆍ원산을 잇는 선을 넘어가며 중국의 참전을 야기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970년대 미ㆍ중 수교의 기반을 닦은 키신저 전 장관은 저서 중 ‘한국전쟁’ 항목에서 “예컨대 중국과의 국경에서 150마일(241㎞) 떨어져 있는 한반도의 가장 좁은 목 부분인 평양에서 원산에 이르는 선에서 진격을 멈췄다면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궤멸시키고 중국 국경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북한 인구의 10분의 9를 통일 한국으로 흡수시켰을 것”이라는 견해를 소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어 “중국은 1950년 7월초 25만명의 병력을 국경에 집결시켰다”며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미군이 평양ㆍ원산 선에서 머무른다면 중국은 당장 (미군을) 공격할 필요가 없으며 집중적인 훈련을 위해 멈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그는 “마오는 미군이 압록강을 따라 자리잡을 경우 다음 단계에선 베트남으로 진격하며 중국을 포위할 것으로 믿었다”고 기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마오는 1593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이 썼던 전략을 반복했다”며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과 임진왜란 때의 참전을 유사하게 봤다. “당시 일본군이 평양에 진격하자 중국은 조선이 일본의 속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4만명에서 10만명에 이르는 군대를 투입해 일본군을 한양으로 밀어냈다”며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히데요시의 진격 때와 한국전 때 중국 대응의 공통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진왜란과 관련 그는 “이순신이 수군을 조직해 보급로를 공격하고 해안선을 따라 벌어지는 전투로 일본군 전력을 분산시키며 진격을 늦췄다”고 이순신 장군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 “평양 정권으로선 핵 포기가 정치적 해체를 수반할 수 있지만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이 유엔 결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목표”라며 “양국은 비핵화가 현실화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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