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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주가 10% 급락 …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사태 방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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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증권가에선 요즘 KB금융지주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15일 우리투자증권(4만8000원→4만5000원)과 동부증권(4만8500원→4만6000원)은 목표가를 낮추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다. 실제 KB금융 주가는 5거래일 새 10% 가까이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진석 연구원은 “KB는 은행 중에서도 부동산 경기 회복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고 배당여력도 풍부해 정책 수혜가 예상되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KB 사태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9년 황영기 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하고 다음 해 7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KB지주 주가는 14.2% 하락했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KB는 2001년 이후 CEO 교체기마다 홍역을 치르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경기 회복으로 은행 업종 자체는 살아나고 있지만 KB는 그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주인이 없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KB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은 배경에는 소유·지배구조 규제라는 국내 은행업의 구조적 한계가 깔려 있다. 현행 은행법 15조는 정부나 예금보험공사 외엔 동일인이 은행 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이다.

 외부 자본 유입이 막힌 은행권의 ‘큰손’ 자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차지했다. 주요 5개 시중은행 주식의 5~10%가량을 모두 보유 중이다. 우리은행(금융 공기업), 기업은행(국책은행)의 지위를 감안하면 사실상 은행 5곳의 최대주주 자리를 모두 꿰찼다. 그러나 은행들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국민연금은 늘 한 발짝 떨어져 수수방관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자칫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KB 사태 이후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긴 해도 나머지 90% 지분은 다른 쪽에서 가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010년 신한 사태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주식 5.04%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470억원가량 손실을 봤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한국 금융 풍토상 각종 연기금들이 적극적인 기관투자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 순수한 기금투자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며 “ 기관투자가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자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3~2005년 국민은행 최대 지주였던 네덜란드계 ING그룹은 한국에 임원을 파견해 경영상태를 수시 점검하는 등 주주대표로서 경영진 감시 기능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새롬·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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