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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꾼의 양아들 용접공 뢰프벤, 스웨덴 총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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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4일 스웨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스톡홀름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선거 승리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스테판 뢰프벤 당수. 중도좌파 진영은 12년만에 다수당이 됐다. [스톡홀름 로이터=뉴스1]

14일 스웨덴 총선에서 사회민주당 등 중도좌파 진영이 승리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이긴 것이다. 그러나 과반을 달성하진 못했다. 전체 349석 중에서 사민당 등 중도좌파 진영은 과반에서 17석 모자란 158석을 차지했다.

 반면 현 집권당인 우파연합은 142석에 그쳤다. 이민 반대를 내건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은 크게 약진해 49석을 얻었다. 2010년 총선에 비해 몸집을 두 배로 부풀렸다. 우파연합을 이끈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당수직도 물러난다.

 사실 스웨덴은 국가신용등급이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선 드문 스타 국가 중 하나”(영국 가디언)다. 지난 8년 간 우파 정부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고인 20∼64세 고용률 79.4%를 달성했고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를 유지했다. 스웨덴의 복지병 이미지도 희석됐다.

 그러나 민심은 “우파 개혁이 지나쳤다”고 결론 내렸다. 복지와 교육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8%에 달하는 실업률, 그 중에서도 20%대 중반을 오르내리는 청년실업이 문제였다. 평등사회로 유명한 스웨덴이지만 양극화도 위험수준이란 인식이 퍼졌다. 한 연구기관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25~40%(국외자산 포함)를 가졌다고 봤다. 미국은 35% 수준이다. “수도 스톡홀름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 사민당 당수인 스테판 뢰프벤이 새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은행·부자 과세 등을 통해 400억 크로나(5조8000억원)를 마련해 복지·교육·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골드러시(시장만능주의)는 끝났다”고 말했다.

14일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스웨덴 우파연합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현 총리. [로이터=뉴스1]

 그는 정부 구성을 위해 우파연합의 군소정당과 제휴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과반이 못된 상태에서 출범할 수도 있다.

 뢰프벤은 흔히 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장관은 물론 의원도 해본 일이 없다. 거의 일평생 노조지도자였다.

 그는 1957년 스톡홀름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생후 10개월 무렵 보육원에 맡겨졌고 스톡홀름 북부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는 벌목꾼이었고 공장 노동자였다. 양모는 방문간호사였다. 덕분에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 스웨덴 현대 사회민주주의의 간판 정치인 울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를 존경해 열세 살에 사민당에 입당했다.

 고교를 졸업한 뒤 48주의 용접 기능공 코스를 마쳤다. 대학에서 1년 반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다 중퇴했다. 22살 때 용접공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 후엔 단위 노조 간부에 올랐고 95년부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서 활약했다. 주로 단체교섭과 국제관계 업무를 맡았다. 2001년엔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되었고 2005년엔 새롭게 조직된 금속노조(IF메탈)의 초대 위원장 직을 맡게 됐다. 사민당 최고위원이 된 건 그 이듬해인 2006년이었다. 2012년 1월 당수로 선출됐다. 그는 사투리 흉내를 잘 내고 “셔츠 다림질을 잘한다”고 자부할 정도로 서민적이다.

 전임 총리이자 온건당 당수인 라인펠트 총리는 말 그대로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스웨덴 국민이 8년 만에 정반대 이력의 인물을 자신들의 대표로 삼고 선택의 결과를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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