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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면 새우깡·메로나도 맥 못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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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우깡(스낵)·메로나(빙과) 등 ‘베스트셀러’식품도 어쩐지 편의점만 가면 기를 펴지 못한다. 편의점 업체가 중소기업과 협력해 만든 자체브랜드(PB) 상품의 인기가 높아서다.

 주스·스낵·빙과류 등에서 많은 편의점 PB상품이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편의점 CU의 대표적인 히트 PB상품 ‘콘소메맛 팝콘’은 전국 매장에서 새우깡(농심)보다 2배나 더 많이 팔린다. 이 회사의 또 다른 PB제품인 ‘프리미엄 주스’는 전체 주스 매출의 22%를 차지해 판매 순위 1위다. GS25의 ‘라벨리 팥빙수’는 지난해 5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부동의 1위 아이스크림인 메로나(빙그레)를 제치고 빙과류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아이스음료와 오징어·육포 등 안주류도 유명 기업보다 중소기업 PB 제품이 더 인기 있는 품목이다.

 ‘싼 비지떡’ 취급을 받던 PB상품의 위상이 달라진 1등 공신은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그러나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면서다.

 GS25 관계자는 “예전에는 타사 제품과 비슷한 상품을 가격만 저렴하게 내놓은‘가격 소구형’이 대다수였다면, 최근에는 차별화된 아이템과 좋은 품질로 승부 겆는 ‘가치 소구형’ 상품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기존에 없는 ‘틈새 제품’을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이 PB제품 차별화의 포인트다. 버터갈릭맛(GS25)·콘소메맛(CU)등 새로운 팝콘을 개발해 내놓고, 기존보다 더 작거나 큰 용량의 제품을 출시했다. CU는 딸기우유 등의 가공유 시장에 200~300ml 용량 제품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500ml짜리 ‘빅바나나맛 우유’를 내놨다. 가공유를 한번에 다 마시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눠 마시려는 1인 가구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은 중소기업 P&D코스켐과 손잡고 5~10ml의 소용량 화장품 6종을 지난 6월에 출시했다. 여행객들의 수요가 몰려 제품을 내자마자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여성용 화장품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PB상품의 선전에 중소기업도 활짝 웃는다. 판로가 막힌 기업에 편의점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열어준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와 제품 동향에 밝은 편의점 업체 MD(상품기획자)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생산력·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손을 잡아 ‘윈-윈 효과’를 거뒀다. P&D코스켐은 세븐일레븐에 소용량 화장품을 출시한 이후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5% 늘었다.

 광고도, 마케팅도 여력도 부족한 PB상품이 기댈 언덕은 ‘입소문’. CU의 콘소메맛 팝콘은 2010년 9월 출시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30대 네티즌들이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남기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먼 곳에 있는 CU 편의점까지 찾아가 제품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구매 인증’까지 할 정도였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의 주요 고객인 젊은층이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 사용에 능숙해 SNS상의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히트 상품들의 ‘대박’에 힘입어 편의점 매출에서 PB상품 비중이 30%선까지 늘었다. 올해 말까지 CU·GS25·세븐일레븐에서 PB상품 매출 비중은 현재까지 각각 27.2%, 36%, 35%(담배 제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각 업체는 추가 PB상품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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