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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에 바늘땀 11.5개 … 버버리 목선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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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바바리 코트’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가 탄생한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21세 청년 토마스 버버리가 시작한 1856년 영국 햄프셔의 작은 상점이 2014년 현재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진은 토마스 버버리가 1879년 개발한 방수 원단 ‘개버딘’. [사진 버버리]
버버리의 설립자 토마스 버버리

‘버버리 트렌치코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싶은 필수 패션 아이템이다. 우리에게 ‘바바리코트’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기도 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가 올해로 탄생 100년이 됐다.

 버버리는 21살의 청년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에 의해 1856년 영국 햄프셔의 작은 상점에서 시작됐다. 그는 1879년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방수와 통풍이 잘 되는 ‘개버딘’ 소재를 개발했다. 1911년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버버리 개버딘 소재의 장비와 옷을 착용하고 인류 최초로 남극에 도달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버버리는 영국 육군성의 승인을 받아 레인코트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견장과 ‘D링’을 추가하여 지금의 트렌치코트를 탄생시켰다. 전쟁 중 영국 육군의 장교복이었던 트렌치코트는 전쟁 후 클래식한 명품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1920년에는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를 트렌치코트의 안감(Lining)으로 도입한다. 실용성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지닌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이후 현재까지 대를 이어 입을 정도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버버리 트렌치코트 제작공정. 영국 캐슬포드 공장에서 장인이 안감을 재단하고 있다. [사진 버버리]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제작 공정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오직 100%의 수작업에 0%의 오차만을 허용한다. 버버리의 모든 트렌치코트는 영국 북부의 캐슬포드 공장에서 장인의 꼼꼼한 손길을 거쳐 탄생된다. 100번이 넘는 공정을 거쳐 1개의 트렌치코트가 완성되는 데 꼬박 3주가 걸린다. 특히 트렌치코트를 상징하는 깃(Collar)은 가장 섬세한 바느질 작업을 요하는 부분으로 최소 1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장인이 1인치에 정확히 11.5개의 바늘땀을 낸다. 이런 과정은 목 부위에 완벽히 부착되며 동시에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어 준다. 같은 방식으로 소매 끝과 벨트의 바느질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깔끔하게 납작하게 제작된다.

이러한 장인정신은 코트 밖에서 보이지 않는 안감에도 적용된다.

왼쪽부터 장인의 손길로 섬세하게 바느질 돼 있는 깃, 영국 윈체스터가에 개점한 최초의 버버리 매장,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안감 제작 모습. [사진 버버리]
1912년 트렌치 코트의 전신인 타이로켄. 1차 세계대전 동안 군 장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버버리]

버버리의 상징과도 같은 특유의 체크무늬는 카멜, 아이보리, 블랙과 레드 컬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안감은 섬세한 커팅 과정을 통해 끊어짐 없는 무늬가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

 탄생 100년, 클래식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던 트렌치코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4년 새롭게 선보이는 버버리 헤리티지 트렌치 컬렉션은 3가지 핏(Fit)과 색상(허니, 스톤, 블랙)을 선보인다. 여성용 트렌치코트의 경우 핏에 따라 샌드링엄(슬림핏), 켄징턴(모던핏), 웨스트민스터(클래식핏)로 나뉘며 각 핏 별로 길이에 따라 숏, 미드, 롱으로 다시 나뉜다. 세 가지 길이를 선택할 수 있다.

 영국 시골마을에서 아웃도어 의류 회사로 출발한 버버리는 158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 안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뤄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통 안에서 끊임없는 변화. 트렌치코트의 다음 100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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