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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정에 '잡스 규칙' 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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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들의 컴퓨터(아이패드 포함) 사용을 통제했다는 뉴스는 충격적이었다. 드론(무인기)을 만드는 ‘3D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 전 크리스 앤더슨은 아이들의 모든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통제 장치를 부착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한 인터넷 전문가는 “에이, 나쁜 사람”이라고 잡스를 비판했다. 그 기사에 붙은 댓글의 하나. “자기 아이들은 못 쓰게 하면서 남의 자식에겐 무한 사용을 조장하다니….”

 요즘 가장 골칫거리는 스마트폰이다. 얼마 전 방영된 JTBC의 인기 프로 ‘유자식 상팔자’에서 가수 조갑경 가정의 갈등이 드러났다. 딸 석희(18)는 공부한다고 방에 들어간 뒤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엄마가 “방학 때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청소도 하고 공부도 해라”고 야단치지만 석희는 대꾸가 없다. “대답 좀 해라”고 다그쳐도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고 있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하고도 이런 일로 언쟁을 할 때가 있다. 고교 시절부터 그랬다. 전자 기기 사용 규칙이 있는 가정이 얼마 안 된다. 휴대전화 24.5%,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36%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5.5%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3). 인터넷(11.7%)의 두 배가 넘는다. 스마트폰 중독은 카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게임에서 출발한다. 특히 여학생의 카톡 중독이 심각할 정도다.

 그나마 인터넷이야 셧다운(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 제한제도) 같은 강제적 장치라도 있지만 스마트폰은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제 그만 해라” “손에서 놔”라고 명령하다 애들과 충돌한다. 가장 확실한 대안은 스마트폰을 안 사주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그게 없으면 왕따(집단 따돌림) 당한다는데 배길 부모가 없다. 그래서 청소년의 81.5%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영·유아 중독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만 아이가 스마트폰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해서 ‘통제 규칙’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여가부는 셧다운제를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완화하기로 했다. 이 바람을 타고 스마트폰 셧다운제 폐지론이 솔솔 나온다. 올해 말까지 2년간 시행이 유예돼 있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