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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엉터리 보고서로 편향 정책 만드는 방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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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광고총량제 도입해도 지상파 광고 매출 증대는 연간 376억원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지상파 총량제 도입을 허용하며 내세운 말이다. 지상파 특혜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효과가 크지 않아 유료방송 등 다른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피해도 적을 것이라며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5명의 상임위원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376억’이란 숫자 장난에 당했다”고 폭로했다. 산출 근거가 불명확한데도 방통위 사무처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실한 자료에서 지상파 편향적인 정책이 나온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발위’)’에 있었다. 균발위는 지난해 12월 ‘광고 균형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사무처에 전달했다. 여기서 지상파 3사의 중간광고는 연간 1442억원, 총량제는 376억원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코바코는 현행 유료방송 수준인 ‘시간당 광고 최대 12분’을 지상파에 똑같이 적용했을 때를 가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광고 판매율이나 단가 상승률, 결합 판매나 보너스 광고 비율 등 세세한 산출 조건들은 제시하지 않았다. 방통위 사무처도 “코바코가 한 것이라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 우리도 아직 검증을 못했다”고 답했다. 한 광고전문가는 “코바코가 시간 증가분만 반영하고, 제일 중요한 단가 인상분은 제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3사의 총량제 효과를 ‘최소 970억~최대 15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현재 20초당 270만~800만원에 팔리는 토막광고가 그보다 최소 26% 비싼 프로그램 광고로 바뀌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여기에 KBS 2TV의 광고 매출 5779억원(2013년), 평균 판매율 53%를 적용하면 약 352억원이 증가한다. 26%라는 최소 상승분만 반영해도 지상파 3사를 합치면 연간 약 970억원이 된다. 또 코바코는 현행 유료방송 수준인 ‘시간당 12분’(90분 프로 기준)을 기준으로 계산했지만 방통위가 도입하려는 ‘프로그램별 총량제’에 따르면 시간당 최대 18분까지 광고가 가능해진다. 이 점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방통위가 지상파 위원회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조직커뮤니케이션연구회가 15일 개최한 ‘바람직한 광고 정책’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춘재 푸드TV 대표는 “균발위에 유료방송 측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게 문제였다”며 “376억원은 방통위가 지상파를 위해 만든 숫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