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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민석의 시시각각

박영선의 탈당, 김성곤의 절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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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강민석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한마디로 ‘퇴짜야당’이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두 번 퇴짜, 이상돈 퇴짜, 이상돈-안경환 공동비대위원장도 퇴짜. 무슨 야당 초·재선회동이니 3선회동이니 하는 끼리끼리의 회합 후엔 늘 그랬다. 급기야 박영선까지 퇴짜 놓았다. 이젠 박영선이 탈당하겠단다. 당 대표대행이자 비대위원장이 당을 퇴짜 놓으려 한다. 지금 논리 이상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상이지만 이런 찌질한 방백(傍白)이 어쩌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리얼한 모습일 수 있다.

 ▶강경파 A=‘당신 박영선, 그걸 영입이라고 해왔어? 완전 지도력 부족, 자질 부족이야. 당이 이미 당신 통제를 벗어났다는 거, 인정해 안 해. 먼저 당신은 자신을 통제하는 법부터 배워야겠어.’

 ▶강경파 정청래=“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사를 임명하면 박영선 퇴진투쟁에 나설 거야. 이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국민에 대한 모독이야. 이상돈 교수, 처신 잘 해야 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릴 뻗어야지. 새정치연합엔 당신이 밥 숟가락 얹을 자리가 없어.“(12일 실제 회견)

 ▶박영선=‘그걸 말이라고 해? 이상돈 같은 사람이 들어온다면 고마워해야지. 외연확대잖아, 외연확대. 중도로 가야 대선·총선에 이길 수 있잖아. 그렇게 얘기해도 못 알아먹어? 개혁보수와 진보가 손잡아야 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아니, 말을 한 적은 없군. 그래서 나더러 소통부족이라 욕하는지 몰라도, 말 안 해도 머리가 있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그리고 인간이 예의는 또 왜 그렇게 없니.’

 ▶강경파B=‘흥. 중도? 우리가 중도로 가자면 좋아할 거 같아? 중도 강화가 뭐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관료 영입이네 전문가 영입이네 하면서 나중에 총선 때 물 먹이려는 수작 아냐. 우리가 모를 줄 안다면 머리 나쁜 건 당신이야. 안 되겠어. 당신 이제 그만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와야겠어.’

 ▶박영선=‘기가 막혀서. 당신들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나 같은 사람 흔들어 대는 거겠지. 그 알량한 권력에의 탐욕.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군. 나더러 물러나라구? 날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언론·국민=“장외투쟁과 국회 파행으로 손해가 막심합니다. 제1야당이 파업하는 게 맞습니까. 제발 그만하시고….”

 ▶박영선·강경파 일제히=‘시끄러. 언론은 조용히 해. 박근혜 대통령더러 해결하라 그래.’

 ▶강경파C=‘박영선, 당신이 어디까지 버티나 볼 테야. 우린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회의를 매일 열거야. 우리당 회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지? 비대위원장 당장 그만둬. 아니, 원내대표까지 그만둬. 싫다는 말은 거절이야.’

 ▶중도파 김성곤=”우리 당이 세월호인가! 이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내가 마지막 평형수가 돼 울부짖소…. 안경환·이상돈 교수 영입 시도는 바람직한 것이오. 그런데 새누리당에 잠깐 몸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단칼에 거부하더니, 그를 초청한 원내대표까지 물러나라니. 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의 교류… 생물도 동종교배는 열성을 낳고, 이종교배가 우성을 낳는 법. 오호 통재라!”(14일 성곤 칼럼)

 ▶박영선=‘보자보자 하니…. 원내대표까지 물러나? 가만있자. 여기서 밀리면 추방 아냐. 그렇담… 그렇지. 내가 날 궁지로 몰아넣어볼까? 나 탈당할거야. 내가 탈당하면 당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떠드는 거야? ’

 ▶강경파A·B·C=‘탈당? 그게 사실이야, 협박이야. 거짓말이면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 사실이면 완전히 그 자리에서 내려와! 탈당하려면 어차피 자리 내놔야잖아. 나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이 정도면 헤어져서 따로 사는 것도 방법이다. 지지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다. 하지만 재산분할 문제 때문에 갈라서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모든 이가 혁신하려는데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집단. 영입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나가는 문은 활짝 열려 있는 정당. 신이 아니라 해도 누구든 이쯤은 알겠다. 이대론 뭘하든 이기기 어려울 거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