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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도 쉽고 재미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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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부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위에서부터 차례로)계단을 걸으면 기부금이 쌓이는 건강계단. / 아이유, 김수현, 정우성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 현장. / 아름다운재단의 나눔 캠페인에 참여한 기부자들. 매달 수익의 1%를 기부하는 아름다운가게의 ‘놀라운가게’.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화제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유명 연예인에 이어 정치인 같은 저명인사, 일반인들까지 얼음물 샤워에 동참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기부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성 릴레이 이벤트다. 참여자는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하고 다시 3명을 지목한다. 다음 주자들은 24시간 안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얼음물 샤워를 한 뒤 루게릭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는 조카를 다음 주자로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CEO 티머시 쿡,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 명사들이 참여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과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광범위하게 참여하면서 이슈가 됐다.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그들의 동영상과 사진이 연일 인터넷 뉴스와 SNS를 장식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 돕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
 기부 성과도 놀랍다. 미국 ALS협회는 행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기부금 1억90만 달러가 모였다고 밝혔다. 협회의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은28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국루게릭병협회에 따르면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기부금이 5억원을 넘어섰다. 기부자 수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아름다운재단 장윤주 연구교육팀장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독특한 기부 방식을 통해 기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 데다 기부를 권할 수 있는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사고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들이 좋은 목적을 가진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본 취지를 잊은 채 자기 과시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일회성 이벤트로 여기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참여와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스 버킷과 같은 캠페인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지고 생활화돼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을 선택해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기부문화 정착은 건강한 사회 디딤돌
 일상생활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나눔 활동도 많다. 계단을 걷기만 해도 기부금이 쌓이는 ‘건강계단’이 눈에 띈다. 구로구와 대성산업은 지난달 28일 신도림동 디큐브백화점 지하 2층에서 신도림역 방면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건강계단으로 조성했다. 전체 계단의 절반을 피아노 계단으로 꾸며 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와 불빛이 나온다. 나머지 절반은 전시·행사를 위한 주민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계단을 오르면 센서가 동작을 인지해 시민 1명당 10원씩 누적된다. 적립금 규모는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조성된다. 이렇게 적립된 기부금은 연말에 대성산업이 구로희망복지재단에 낸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건강도 챙기고 불우이웃도 돕는 일석이조의 계단인 셈이다.
 식사 한 끼, 차 한 잔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는 2011년 봄부터 카페·식당·베이커리·공방·옷가게·미용실·문구점·약국 등 20개 업종, 총 110곳을 나눔 파트너로 선정해 ‘놀라운가게’로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가게에서 매달 수익의 1%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멤버십 기부 프로그램이다.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안국점 주변으로 ‘카페 공드리’ ‘티테라피’ ‘커피 방앗간’ ‘북촌손만두’ 등 놀라운가게가 몰려 있다. 데이트 코스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이외에도 월급의 1%, 휴가비의 1%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 기부를 실천하는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 캠페인이나 평소 쓰지 않는 물건과 헌옷 등을 기증하는 나눔 장터와 경매 행사도 참여해 볼 만하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신동연, 아름다운가게·아름다운재단·페이스북·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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