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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문과, 68년 만에 시·소설 창작과정 첫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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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대 국문과에 사상 처음으로 시·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강좌가 생겼다. 이번 학기에 교양강좌로 개설된 ‘창작의 세계’다. 다른 전공 학생도 들을 수 있는 교양강좌이어선지 35명의 수강생 중 국어국문학 전공자는 열 명 안쪽, 나머지는 경제·경영학과 등 창작에 관심 있는 타과생이다.

 수업은 철저히 ‘창작 위주’로 진행된다. 나란히 서울대 국문과 출신인 85학번 시인 이수명(49)씨가 시 창작을, 83학번 소설가 권여선(49)씨가 소설 창작을 각각 가르친다. 매주 목요일 세 시간씩, 한 주는 시 창작, 그 다음 주는 소설 창작 강의로 꾸려진다. 수강생들이 사전에 과제로 내준 시·소설 습작을 써오면 합평(合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는 다섯 편 이내, 소설은 200자 원고지 40∼50쪽으로 통상 80쪽 분량인 단편소설보다 짧은 길이의 작품을 과제로 내준다.

 이수명씨는 “이달 초 첫 수업을 해보니 학생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다”고 소개했다. “‘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쉽지 않은 질문들을 툭툭 던졌는데 나름의 언어로 대답을 하더라”고 했다.

 서울대 출신 시인·소설가는 적지 않다. 하지만 1946년 학과 개설 이래 공식적인 창작자 배출 프로그램은 없었다. 강좌 개설을 주도한 국문과 방민호(사진) 교수는 “창작을 좀 낮춰보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국문과는 문학을 연구하는 곳이지 창작을 하는 곳이 아니라 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는 얘기다.

 이제 와서 방향 전환을 한 이유는 뭘까. 방 교수는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좋은 작품 생산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방 교수는 “창작 교육이 서울대보다 활성화된 연대와 고대가 시인·소설가를 활발하게 배출한 점도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변화에 대해 문단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고대 출신 권혁웅 시인은 “창작을 통해 글쓰기의 욕망이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하는 게 문학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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