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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KB 모든 계열사에 감독관 … 임영록 사퇴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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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KB금융지주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내분에서 금융회사 경영진과 금융당국 간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변질하면서다. 그 사이 정작 은행의 주인인 주주와 임직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현재로선 임영록 KB지주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KB지주와 국민은행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어 KB지주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4일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에 이어 12일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이란 초강수를 둔 금융위엔 비상이 걸렸다. 임 회장이 “결백을 밝히겠다”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융위와 금감원은 13일 ‘긴급 금융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비상대응반을 가동했다. 12일 임 회장의 직무정지가 결정된 후 지주에 감독관 7명을 보낸 데 이어 15일부턴 은행·카드·캐피탈 등 모든 KB 계열사에 2~3명씩 감독관을 보내기로 했다.

 직무가 정지된 임 회장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기 위해서다. 감독관은 KB지주 사내 변호사의 법률 조력이나 경비 집행이 없는지 감시하고, 경영 상황도 밀착 모니터링 한다. KB금융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진단도 벌일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15일 임 회장 등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기존 IBM기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기 위해 은행 이사회에 보고한 서류에서 성능검사 오류 내용을 누락시키는 등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혐의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소비자단체와 국민은행이 각각 임 회장과 담당 임원 등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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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KB지주 이사회도 압박하고 있다.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해임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3일 이경재 KB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의 배경을 설명하고 경영공백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이사회가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 압력에 KB지주 이사회는 15일 긴급 간담회에 이어 17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 회장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KB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에 대해 동정적 분위기여서 금융위의 압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KB 이사회에는 임 회장을 제외한 9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한다. 임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시키려면 이사진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과는 이사회를 열어봐야 한다”며 “그 전에 본인이 (거취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임 회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다. KB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주주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 6월 기준 9.96%의 지분을 보유해 KB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회장으로서도 금융당국과 장기전을 치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KB지주는 경영 부진을 타개할 돌파구로 LI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일수불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임 회장으로선 진퇴양난 형국이다. 게다가 임 회장은 올 초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추가 제재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되든 금융당국도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특히 금감원 최수현 원장은 KB지주 내분 사태에 어설프게 개입했다가 KB 경영진이 반발하자 중징계 사전통보→경징계→중징계로 갈팡질팡했다. 금융위도 사태를 관망만 하다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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