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7년생 9만명 눈물의 조기연금

중앙일보

입력 2014.09.15 01:56

업데이트 2014.09.1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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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월 퇴직한 이동웅(59·경북 포항시)씨는 아직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생활비가 쪼달렸다. 퇴직금은 중간정산해서 별 도움이 안 됐다. 3월 월 89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원래 61세에 받아야 하지만 2년 반 앞당긴 대신 15%가 깎였다. 이씨가 받은 연금은 국민연금의 변형된 유형인 조기(早期)노령연금이다. 이씨는 “아파트관리비·건강보험료 등을 낼 수입이 없어 생활이 안 됐다”며 “깎이는 줄 알면서도 조기연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기연금은 당겨 받되 최고 30%가 깎인다. ‘손해 연금’으로 불린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중에선 55~57년생만 신청 자격이 도래했다. 1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7월 현재 이들 중 9만1047명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5년생이 4만920명으로 가장 많다.

 54년 이전 출생자가 포함된 전체 조기연금 수령자도 급증한다. 연금공단이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1만6522명에서 올 7월 42만5179명으로 4년 만에 약 두 배가 됐다. 신 의원은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는 61세까지 5~10년 소득 크레바스(crevasse·공백기)에 빠진다”며 “손해를 감수하면서 조기연금을 받는 것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한 베이비부머가 40%도 채 안 된다”며 “조기연금 증가는 그런 현상의 방증”이라고 밝혔다.

 조기연금은 일찍 받을수록 삭감률이 높다. 5년 당겨 받으면 30%, 4년은 24%, 3년은 18% 깎인다. 이씨는 2년 반 당겨 받아 15%(월 단위로 환산)가 깎였다. 만약 이씨가 통계청 생명표(2012)에 따라 기대여명(81.4세)까지 조기연금을 받으면 약 3500만원 손해 본다. 연금공단이 조기연금 수령자 519명을 면접조사했더니 67.9%가 ‘당장 생활이 어려워 신청했다’고 답변했다. 조기연금은 은퇴자의 근로를 위축시킨다. 이걸 받다가 소득이 월 284만원(자영업자는 필요경비 공제 후 198만원) 넘으면 연금이 중지되고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일을 그만둔 사람의 40%가 조기연금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년층이 오래 일하게 유도해야 하는데 조기연금은 일을 그만두게 만든다”며 “수령 개시 연령을 높이고 삭감률을 올리는 식으로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캐나다는 조기연금이 없고 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은 폐지했다.

하지만 보사연 윤 연구위원은 “당장 아파트관리비를 내야 하는 사람들한테 조기연금을 억제하면 부작용만 생긴다”며 “고령자 고용 활성화나 장려금 같은 노동시장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도 “은퇴자가 제2의 직업을 갖도록 직업교육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조기노령연금=정상적으로 받을 연금을 최대 5년 앞당겨 받는 제도. 연금액이 0.5~30% 깎인다.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해야 자격이 생긴다.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5년마다 한 살 늦춰지는데 맞춰 조기연금 수령 나이도 따라 올라간다. 2018년에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62세로 늦춰지면 조기연금은 57~61세에 받게 된다.

◆소득 크레바스=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시기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은퇴 후 5~10년이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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