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내가 바보인가 … 문재인이 도와달라 부탁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4.09.15 01:46

업데이트 2014.09.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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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가 멍청한 바보입니까? 문재인 의원이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오려다 당내 거센 반발로 무산되자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문 의원의 사전 동의’ 여부를 놓고서다. 문 의원은 이 교수 영입 논란이 벌어진 뒤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물밑에서 강경파 설득작업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측과 이 교수는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 영입에 동의해 놓고 발을 뺐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 의원 측은 말이 다르다. 박 위원장에게 이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엔 줄곧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해 왔다고 반박해 장외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과 문 의원, 이 교수는 지난 11일 시내 모처에서 3자 회동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의 주선으로 문 의원과 이 교수가 전화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3자 회동에선 박 위원장이 문 의원에게 ‘이상돈·안경환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를 설명했고, 문 의원도 동의를 했다는 게 박 위원장과 이 교수 측의 얘기다.

 이 교수는 “비대위원장 영입 제안을 받은 뒤 내가 맨 처음 물어본 것도 문 의원은 뭐라고 하는지였다”며 “문 의원이 (내가 당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바로 거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회동 직후 문 의원이 박 위원장에게 “이 교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비대위원이나 부위원장 정도로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만나자고 해 나갔더니 이 교수가 있었고, 면전에서 반대를 할 수 없어 문 의원은 덕담을 건넸을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한 번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외연 확장과 당의 혁신을 위해 이 교수는 필요한 분이지만 당내 상황을 봤을 때 수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꼬여 가자 문 의원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이번 비대위원장 논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반대쪽이었던 사람도 합리적 보수라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확장을 위해서도 화합의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적었다. 지난 13일엔 “안경환·이상돈 두 교수님께 참 미안하게 됐다. 처음부터 (공동 위원장으로) 같이 모셨으면, 또 당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좀 매끄러웠으면 당 혁신과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처음부터 같이 모셨으면’이란 표현을 놓고 박 위원장이 처음엔 이상돈 단일 위원장 체제를 추진하다 여론이 악화되자 공동 위원장 체제로 바꿨음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중립 성향의 한 중진은 “당의 주주인 문 의원이 ‘안경환·이상돈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 정도면 괜찮다’고 적극적으로 상황 정리에 나서야지 나중에 논평하는 식으로 나오는 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정치는 설득의 예술인데, 박 위원장은 정치를 너무 쉽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윤석 기자

비대위장 영입 사전 동의 진실게임
이 "돕겠다 말 안 했으면 거절했을 것"
문 "합리적 보수라면 함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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