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8명 중 1명 우울증 경험 … 여성이 남성의 1.8배

중앙일보

입력 2014.09.15 01:15

업데이트 2014.09.15 01:27

지면보기

종합 16면

육아휴직 중인 회사원 박모(30·여)씨는 약 2주 전부터 심한 우울 증상을 느끼고 있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입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는다. 지나치게 예민해져 남편과 매일 다투다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박씨는 “이러다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딱히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인 8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중 정신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10%도 안 됐다.

 14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한국 성인의 우울 증상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12.5%가 최근 1년 동안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험률이 15.9%로 남성(8.9%)의 1.8배나 된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17.9%)에서 우울증이 가장 흔했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3254가구 대상)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우울증은 연속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경우를 말한다. 우울 증상을 경험한 사람 중에 병원(정신과)에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9.7%뿐이었다.

 나머지는 증상을 느끼고도 병원을 찾거나 전화·인터넷을 통한 상담도 시도하지 않았다. 적극적 해결책을 찾지 않은 것이다. 남성(6.8%)이 여성(11.3%)보다, 60대(7.1%)와 70대(4.3%)가 30대(15.7%)보다 치료를 더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겉으로 표현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며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정신질환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입원 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을 차별하는 취업·근로·자격취득 제한도 대폭 풀린다. 민간보험 회사도 정당한 사유 없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보험 상품의 가입·갱신·해지를 거부할 수 없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4월부터는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상담만 받을 경우 기존의 F코드(정신질환 질병) 대신 Z코드(상담)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정신질환 진료기록이 남을 경우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까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더 키우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약물처방이나 심리검사를 받으면 F코드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및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10조3826억원(2011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김윤아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우울증을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라며 “환자의 치료를 돕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