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파괴하는 비만·혈압·콜레스테롤 함께 챙겨야

중앙일보

입력 2014.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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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만 낮추면 당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혈당뿐 아니라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비만·혈압·콜레스테롤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당뇨합병증은 이들 질환의 합작품인 데다 상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뇨 합병증의 가장 큰 원인은 혈관의 파괴. 당뇨망막증·당뇨병성 신증(콩팥이 망가짐)·당뇨발(발이 곪는 증상) 등 모든 합병증이 망가진 혈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단순히 혈당만 낮추기보다 혈관을 위협하는 요인을 함께 제거해야 당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미세혈관 망가지면 합병증 생겨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그러다 보니 당으로 끈적끈적해진 혈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곳곳을 돌며 크고 작은 혈관을 막는다. 미세한 혈관이 망가지면 세포에 영양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괴사한다. 혈관 괴사로 시력을 잃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이유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영 교수는 “당뇨병은 혈당 관리가 핵심이지만 상당수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혈당 조절 목표인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관리하는 환자는 27.9%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당뇨병 치료는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해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만일 약효가 강하면 혈당이 정상보다 더 많이 떨어져 저혈당 쇼크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췌장 베타세포 수가 줄어 혈당관리가 점점 까다로워진다. 거의 다 사용한 치약은 아무리 세게 짜도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혈당·혈압·비만·콜레스테롤을 복합적으로 관리하면 혈당만 조절하는 것보다 보다 효과적으로 혈관을 보호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고, 복부비만이 심해 서양인보다 당뇨병에 취약하다. 마르거나 정상 체형인데도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비만은 혈관 속 인슐린 요구량을 늘린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췌장의 인슐린 생산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덴마크 스테노 당뇨병센터는 미세알부민뇨증을 동반한 초기 당뇨병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기존처럼 혈당만 관리하는 일반 치료군과 혈당·혈압·체중·콜레스테롤 등을 복합적으로 관리하는 집중 치료군으로 나눠 당뇨병을 치료했다. 이후 7년 이상 추적 조사했더니 집중치료군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당뇨 합병증 발생률이 5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복합관리는 인슐린 기능이 향상되도록 돕는다. 자체 혈당조절 능력을 개선해 그만큼 당뇨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 이 교수는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으면 혈관이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라며 “인슐린 저항성으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잘 침투해 쌓이고, 혈압도 작은 충격에도 쉽게 높아져 혈당 외에 저염·저지방식으로 복합적인 당뇨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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