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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2000원 오르니 금연 동기 부여" VS "복지 재원 부족하다고 서민 주머니 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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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꺼내든 담뱃값 2000원 인상 카드를 놓고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금연정책을 펴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논의 절차도 없이 인상안을 급작스럽게 발표한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담뱃값 인상 자체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20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회사원 정모(47)씨는 “찔끔찔끔 인상하는 것보다 2000원을 확 올린다니 금연의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흡연자인 주부 이모(43)씨는 “담뱃값이 오르면 아무래도 금연하는 사람이 늘지 않겠느냐”며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했다.

서민층에선 다른 반응도 있다. 대전에 사는 장모(48)씨는 “금연이 쉽지 않은 40~50년 넘게 담배를 피운 시골 노인들이나 건설 현장·어선 등에서 일하는 일용직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담뱃값 인상도 적정해야지 앞으로는 눈치 보여 담배 한 개비 빌려 피우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 발표 직후 일부 편의점에서는 한꺼번에 5~10보루씩 담배를 구매하는 사재기 모습도 나타났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 과정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담뱃값 인상이 재정수입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비흡연자인 회사원 김모(31)씨는 “정부가 각종 복지정책을 남발해 놓고 세수가 부족하니 담뱃값을 올려 서민들 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로 심각한 재정 부족에 직면해 있다. 당장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새로 부담해야 할 비용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가 저항이 심한 직접세를 걷기 부담스러우니 속칭 ‘죄악세’에 눈을 돌린 것”이라며 “담뱃세를 갑자기 과도하게 올리면 담배를 못 끊는 저소득층 흡연자들만 세금을 감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담배회사들은 예상보다 큰 인상폭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담배업체 관계자는 “한꺼번에 큰 폭의 인상이 단행돼 흡연자가 줄고 매출 타격도 예상된다” 고 말했다.

장정훈·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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