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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안 팔린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4일 서울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소비자가 간편 가정식을 고르고 있다. 간편 가정식을 찾는 사람은 늘면서, 라면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사진 이마트]

주부 염지연(31)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간편 가정식(HMR)을 구입한다. 자주 사는 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베트남식 양지쌀국수. 맞벌이 부부인 만큼 조리와 설거지가 간편해서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라면을 사는 일은 부쩍 줄었다. 2~3년 전만해도 박스째 사다놓고 라면을 먹었지만, 최근 석달간 라면을 구입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굳이 라면이 생각날땐 집 근처 편의점에서 한 두개 사다먹는게 전부다. 염씨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간편 가정식은 라면만큼 조리가 쉬운데다, 라면보다는 인스턴트 느낌이 적고 식사 분위기가 나는 편이라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라면 매출이 줄고 있다. 라면 매출 감소세는 2~3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이마트의 경우 올들어 8월말까지 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1% 줄었다. 지난해는 2012년보다 3.7% 줄었다. 매출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국물 있는 라면 매출은 10.1%나 줄었다. 라면 전체로는 7.7%가 빠졌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라면 매출 감소 요인으로 우선 ‘간편 가정식’의 등장을 꼽는다. 여기에 웰빙 트렌드가 겹치면서 인스턴트 식품 이미지가 강한 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라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간편 가정식은 찌개와 밥은 물론, 순대와 파스타 중국식 만두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라면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 가정식은 300종에 육박한다. 가격도 밥류는 3000원선, 찌개류는 5000원을 넘기지 않는다. 간편 가정식 매출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보다 7.1%가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간편 가정식 매출도 39.4%나 뛰었다.

제품도 진화하고 있다. 건강을 중요시 하는 웰빙 트렌드에 따라 기존의 일반적인 육개장, 갈비탕에서 ‘한우 양지를 넣은 육개장’·‘왕갈비가 들어간 갈비탕’ 등이 새롭게 등장하는 식이다.

최성재 이마트 식품본부장은 “대형마트의 간편 가정식과 즉석 조리코너 상품이 더 조리하기 쉬워지고, 제대로 된 요리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말까지 판매 중인 간편 가정식 가지수를 520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간편 가정식을 집중적으로 파는 전용매장의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2010년 1월 서울역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50개점에서 간편 가정식 전용매장을 운영 중이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연이은 단체 여행 사고도 라면 매출엔 악재로 작용했다. 라면을 필수로 챙겨가는 대학생 여행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마트의 경우 올 3월 라면 매출이 9.1%나 줄었다. 연이은 단체 여행 사고로 대학생들이 학과 단위로 여행 가기를 꺼린 탓이다.

바캉스철 잦은 비도 라면 매출엔 악영향을 줬다. 바캉스철인 7~8월에 이마트 라면 매출이 8.4%나 줄었다. 이 기간 물놀이 용품 매출도 23.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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