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담뱃값 6000원까지 더 올려야

중앙일보

입력 2014.09.05 00:32

업데이트 2014.09.0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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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창진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 의장
차의과학대 부총장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상품이 있다면 믿겠는가.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3명, 성인 남자 10명 중 5명이 매일 피우는 담배가 바로 그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담뱃값을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내년 상반기 인상이 목표다.

 담배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특히 담배가격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는 담뱃값이 높아야 담배를 끊는 효과는 물론 담배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진입장벽이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10% 인상되면 성인의 경우 담배소비량이 2∼6%, 청소년은 약 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담배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으며, 담배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흡연 감소를 위한 국제협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도 물가 인상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담배가격을 올리고, 담배 세금이 가격의 70%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들은 최근 2년 사이에 담배가격을 올렸다. 한국을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도 평균 담배가격이 갑절로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년째 평균 담배가격이 2500원으로 동결돼 있다. 이는 서태평양 지역의 최저(2661원)보다도 낮다.

지난 10년 동안 담뱃값이 묶이면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성인 남성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OECD 회원국 평균 남성 흡연율이 24.4%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37.6%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현실이다. 금연구역 확대 등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금연정책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가격 인상을 회피하고 다른 정책에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가격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상폭 역시 중요하다. 약간만 올리면 흡연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 국민을 속이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피우려 시도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가격을 대폭 올려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의 소득을 고려한 적정 수준의 담배가격을 6120원으로 제시한다. 또 담배가격이 평균 8940원일 경우 흡연자들이 금연할 의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런저런 점을 종합하면 담배가격이 적어도 6000원은 돼야 한다. 이 정도는 올려야 제대로 된 금연 효과가 난다.

 금연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담배가격 인상과 함께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담배 광고 금지 등의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FCTC도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외국에 나가 담배를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담뱃갑에 부착된 혐오스러울 정도로 섬뜩한 경고그림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담뱃갑은 다양한 원색에 대나무·고양이 등 동식물을 형상화한, 작품성 높은 디자인을 사용한다. 이것만 바꿔도 흡연율이 10% 이상 떨어진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이번 기회에 담배의 폐해를 제대로 알리고 국제사회와 합의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현재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금연정책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예산이 매우 적다. 이번에 담배가격을 올리면 수입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 돈을 흡연자와 가족, 이웃들의 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흡연자 건강과 무관한 분야에 갖다 쓰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고 한다는 오해를 사게 된다. 이런 오해가 쌓이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다.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많은 논의가 있겠지만 정부에서 먼저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행동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일각에서는 담뱃값을 올리면 서민들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당장은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담배로 인해 서민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나중에 질병치료비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립암센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의 88%가 “되돌아갈 수 있다면 흡연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담배를 피운 것을 후회한다. 또한 담배가격이 인상된다면 성인 흡연자의 60%는 끊겠다고 답했다. 흡연 청소년의 73%도 담배를 끊을 의향이 있다고 한다. 많은 흡연자가 담뱃값이 오르면 이를 계기로 금연을 시도하게 될 것이며 정부와 가족의 도움이 있다면 금연에 성공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깜짝 놀랄 수준의 금연정책을 통해 흡연자들을 도와야 할 때다.

문창진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 의장 차의과학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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